‘경제 재개’ 강조하는 트럼프 입장과 상충
백악관, 파우치 공격 다음날 곧장 진화 나서
앤서니 파우치〈사진〉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13일(현지시간) 스탠퍼드 의대와의 웨비나에서 “미국 전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전면적인 봉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 많은 주에서 코로나19 확진자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의 책임을 전가하고 공개적으로 신뢰도에 흠집을 내려는 백악관의 공격에도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소신 발언은 멈추지 않고 있다.
파우치 소장은 13일(현지시간) 스탠퍼드 의대와의 웨비나(Webinar, 웹 세미나)에서 미국 전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전면적인 봉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 많은 주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물리적 거리두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며 “봉쇄를 푼 결과 미 전역에서 하루 약 2만건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우치 소장의 이 같은 발언은 평소 경기부양을 위한 경제활동 재개를 강조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과 상충하는 것이다.
이어 그는 현 상황을 “최악의 악몽이며 완전한 폭풍 속”이라며 “1918년(스페인 독감) 대응을 반성하는 것처럼 향후 50년 뒤엔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반성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백악관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대응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파우치 소장을 공격하며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백악관은 과거 코로나19와 관련해 파우치 소장이 잘못 전망한 발언들의 꼬투리를 잡는 리스트를 만들어 언론에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리스트엔 파우치 소장이 지난 2월 “지금 이 순간 일상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과, 무증상자들이 코로나 확산의 주범은 아닐 것으로 예상한 것 등이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파우치 박사와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 중”이라고 말했다. [AP] |
백악관은 곧장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파우치 박사와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 중”이라고 말했고,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도 같은 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파우치 소장의 조언을 듣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마찰의 흔적이 여전하다고 대다수 미 언론들은 평가하고 있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파우치 소장의 언급을 모아 언론사에 흘린 사실에 대해 “우리는 직접적 질문에 대해 직접적 답을 제공한다”는 모호한 해명을 내놓았고, 파우치 소장을 많은 보건 당국자 중 한 명에 불과하며 비중을 깎아내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댄 스커비노 백악관 디지털 전략 선임 보좌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파우치 소장을 조롱하는 웹툰을 게시하기도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