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간)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지난 10일 성소피아의 지위를 기존 모스크에서 박물관으로 정한 1934년 내각회의 결정을 취소한 판결했다. 이날 터키 국기를 통해 보인 성소피아의 모습.[EPA]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최대 관광 명소인 성소피아 박물관의 모스크 전환 결정에 대해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은 것이며, 모스크 전환 이후에도 문화유산으로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황폐한 상태에 놓여 있던 성소피아는 술탄 메흐메드 2세의 콘스탄티노플 점령 이후 보물로 변모해 수세기 동안 보살핌을 받아왔다”며 “모스크로 위상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터키의 문화유산으로 보호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소피아는 1985년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934년 성소피아를 모스크에서 박물관으로 바꾼 것을 ‘실수’라고 지칭하며 “8300만 터키 시민들의 뜻을 존중해 실수를 고치고 있는 것이며, 모스크 전환은 우리의 주권적 권리”라고 강조했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은 터키 공화국의 ‘국부’로 불리며 강력한 세속주의를 앞세웠던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성소피아 박물관 전환 결정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지난 10일 성소피아의 지위를 박물관으로 정한 1934년 내각회의 결정을 취소했다.
그 직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성소피아를 터키 종교청인 ‘디야네트’가 관리하고 이슬람 신자의 신앙을 위한 공간으로 재개장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EPA] |
그러자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이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날 바티칸에서 열린 일요 삼종 기도회에서 “성소피아를 떠올리며 깊은 슬픔에 잠긴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정교회 교구인 러시아 정교회 역시 과거 정교회의 총본산이었던 성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에 반발했다.
블라디미르 레고이다 러시아 정교회 대변인은 “터키는 수백만 정교회 신자의 우려를 듣지 않았으며, 오늘 법원 결정은 이 문제와 관련해 극도의 세심함을 요구한 모든 요청이 무시됐음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성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현대 터키의 획기적인 결정을 뒤집은 터키 최고행정법원의 판결과 그 기념비적 건축물을 종교청이 관리하도록 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결정은 유감스럽다”라고 말했다.
역사적 ‘앙숙’인 그리스는 “전 문명 세계에 대한 공개적인 도발”이라며 맹비난했다.
리나 멘도니 그리스 문화부 장관은 성명을 내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보여준 민족주의는 터키를 6세기로 되돌렸다”며 “이번 법원 결정은 터키에 독립된 정의는 없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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