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피하면서 ‘풍선효과’ 분격화
전문가들 “똘똘한 한 채 선호 이어질 것”, 정부 움직임은 변수
서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단지의 모습.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잠실은 지금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서, 2주택자는 거래 허가 자체가 아예 안 나와요. 원래 이곳에 오려고 했던 수요들이 인근으로 가고 있는데, 파크리오가 대표적인 수혜 단지입니다.” (송파구 잠실동 A공인중개사)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으로 지난달 23일부터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됐다. 규제를 비껴나간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본격적으로 관측되고 있다.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일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면적 144.77㎡가 보증금 20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단지 준공 이후 해당 면적 기준 역대 최고금액이다.
지난달 29일 같은 면적이 11억5000만원의 전세보증금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일주일 사이 무려 8억5000만원이 급등한 셈이다. 최근 전세 시장에서 수요자는 여전히 많지만 시중 매물이 급격하게 사라지면서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이 되어버린 상황으로 풀이된다.
매매가격 또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역시 전용 144.77㎡가 지난달 26일 22억8000만원에 손바뀜하면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6·17 대책 이전에 17억원 안팎이었던 전용 84㎡ 매물의 호가는 최근 20억원까지 치솟았다. 다른 평형대도 최근 한 달 사이 집주인들 상당수가 매물을 거둬들였고, 호가 역시 급등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처럼 파크리오의 매매·전세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는 정부 규제 직격탄을 피한 풍선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규제 끝판왕’으로 통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곳은 주거지역에서는 18㎡, 상업지역에서는 20㎡가 넘는 토지를 사려면 해당 지역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공동주택의 경우 토지 대지지분이 18㎡를 초과하면 허가대상에 포함된다.
2008년 입주한 파크리오 단지는 지하철 2호선 잠실나루역과 8호선 몽촌토성역 사이에 있는 더블 역세권이다. 66개 동, 6864가구로 이뤄진 초대형 단지로, 전용면적은 35~144㎡로 다양하다. 단지내 녹지공간이 풍부하고, 교육 등 생활 인프라도 잘 갖춰진 곳으로 평가된다.
이 단지는 행정구역(행정동 기준)으로는 잠실동이지만, 부동산 규제를 받는 법정동은 신천동에 위치해 있다. 사실상 잠실 생활권이지만 정작 지난달 규제 지역에 포함되지 않아 반사이익을 그대로 받았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6·17 대책과 7·10 부동산 대책까지 잇따라 발표했음에도 시장의 ‘규제 내성’이 강해진 점도 긍정적인 부분으로 꼽힌다. 실제로 부동산114 금주 아파트 가격을 보면 금주 송파구는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 대비 0.23% 오르면서 강남3구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 지역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0.12%)을 웃돌았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다주택자의 세부담 확대로 ‘똘똘한 한 채’ 선호가 커지면서 서울 등 수도권 내 정주여건이 좋은 지역의 아파트 가치가 부각되는 분위기”라며 “당분간 눈치보기 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망했다.
전세시장과 관련 여 연구원은 “7~8월 여름 비수기로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차3법’ 시행을 앞두고 일부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높이는 추세”라면서 “본인 거주 혹은 월세 전환하는 집주인이 늘어날 경우, 전세매물 부족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가격 상승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향후 변수로 꼽힌다. 국토교통부는 용산 정비창 정비사업과 강남 잠실 마이스(MICE) 개발 사업 인근 지역에 대한 부동산 실거래 기획조사를 벌인 결과, 의심거래 66건을 발견하고 지난 15일부터 이에 대한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또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인근 지역에서 풍선효과 등으로 시장과열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해당 권역 기획조사를 강남구 도곡동과 송파구 신천동 등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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