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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의 예스맨’ 조롱받던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변신

[AP]

[헤럴드경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무조건 받아들이며 그의 '예스맨'이라는 조롱을 들어온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최근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대표적인 게 지난달 초 군을 동원해서라도 격화하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진압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군 동원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무조건적 충성을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에 반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에스퍼 장관은 그 일로 거의 잘릴 뻔했다는 게 미 언론의 대체적 관측이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옹호해온 남부연합기의 군내 사용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취임 후 1년간 예스맨의 길을 걸어온 에스퍼 장관이 연달아 삐딱선을 탄 셈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0일(현지시간) 전·현직 당국자 10여명에 대한 취재를 토대로 쓴 '예스맨 평판을 벗어던지려는 트럼프의 국방장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에스퍼 장관의 행적과 최근 행보를 상세히 짚었다.

에스퍼 장관이 승진자 명단에서 '알렉산더 빈드먼'이라는 이름을 보고도 문제 삼지 않고 서명한 사례도 소개됐다.

미 국방부에서 백악관에 파견 나가 있던 빈드먼 중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심판을 받을 때 하원 청문회에 출석, 소신 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에 몰았던 인물이다.

승진시켰다간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살 사안이지만 에스퍼 장관이 그냥 결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빈드먼 중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재 전에 사임을 발표, 에스퍼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이 충돌하는 요인이 되지는 않았다. .

순응 의지로 국방장관에 낙점돼 백악관의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에스퍼 장관으로서는 독립성의 이례적 표출이었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여기에 군 동원 항명과 남부연합기 사실상 금지 조치도 있었던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취임 후 1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정책 결정에 있어 구경꾼 역할에 머물렀으며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당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도 쉽게 제압당했다고 폴리티코는 평가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평화합의는 폼페이오 장관이 진두지휘를 하는 통에 미군 철군이 합의의 핵심이었는데도 국방부는 대체로 배제됐다고 한다. 이란 군부의 거물 가셈 솔레이마니를 미국이 1월초 사살하는 군사작전을 벌였을 때도 방송사 인터뷰 전면에 선 것은 폼페이오 장관이었다.

변덕스럽기 짝이 없는 대통령을 상대로 에스퍼 장관도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는 게 측근들의 해명이지만 에스퍼 장관이 빈드먼 중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등 조직의 리더로서 좀 더 행동에 나서야 했다는 지적이 비판적 인사들에게서 이어져 왔으며 일각에서는 근래 가장 무능력한 국방장관이라는 비난마저 나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군 동원 엄포에 대한 항명 등 일련의 행보 덕분에 에스퍼 장관에 대한 군내 신뢰가 일부 회복되기도 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전직 국방부 당국자인 짐 타운센드는 "옳은 일을 했고 부하들을 지지했다. 사람들이 우려했으나 아첨꾼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했다.

그러나 이미 별로였던 평판에 더 타격을 줬을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중앙정보국(CIA)에 몸담았던 마크 폴리메로풀로스는 폴리티코에 "(국방장관이었던) 리언 패네타나 로버트 게이츠, 짐 매티스가 이런 상황을 자초했을 것 같은가. 절대 그렇지 않다. 순전한 리더십 실패"라고 비판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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