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에 위치한 성 소피아의 모습. [로이터]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대표적인 정교회 국가인 러시아와 그리스의 정상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성 소피아’를 박물관에서 모스크(이슬람 사원)로 변경하기로한 터키 정부의 결정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22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크렘린(대통령궁)과 그리스 총리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키리아코스 미토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이날 전화 통화로 터키 정부의 성 소피아 모스크 전환 결정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과 그리스 총리실은 통화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양 정상간의 회담은 성 소피아의 위상 변화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며 “두 정상 모두 세계유산의 문화적, 역사적, 종교적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으며, 앞으로도 인류 보편적 유산이자 평화와 화합의 상징으로 보존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고 했다.
이어 “터키의 성 소피아 모스크 전환 결정은 기독교와 정교회는 물론 전 세계에 대한 도전”이라고 덧붙였다.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앞서 지난 10일 성소피아의 지위를 박물관으로 정한 1934년 내각회의 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 직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성소피아를 터키 종교청인 ‘디야네트’가 관리하고 이슬람 신자의 신앙을 위한 공간으로 재개장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터키 종교청은 오는 24일부터 성소피아 사원에서 예배를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원을 관람하려는 관광객들은 하루 다섯차례 진행될 예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정해진 시간에 출입이 허용될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의 결정에 정교회 국가인 그리스와 러시아는 모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 외무부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성 소피아 박물관의 모스크 전환 결정에 양해를 구하고, 러시아 관광객들의 사원 출입을 허용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거듭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외무부는 논평에서 “성 소피아 박물관을 이슬람 사원으로 전환하고 그곳에서 무슬림 예배를 재개키로 한 터키 지도부의 결정을 유감스럽게 받아들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얼마 전까지 박물관 지위를 갖고 전 세계 기독교계의 성지이자 세계 문화와 유라시아 문명의 유산이던 성소피아의 운영이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유산 지위에 전적으로 부합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성 소피아를 방문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사진 좌측 첫 번째) 터키 대통령. [로이터] |
터키의 ‘앙숙’ 그리스도 정부 차원의 비난 성명을 낸 바 있다.
리나 멘도니 그리스 문화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정치적 의지에 따른 오늘의 결정은 이 기념비적 건축물의 고유한 가치와 기독교적 성격을 인정하는 문명 세계에 대한 공개적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미토타키스 그리스 총리도 “(터키 정부는) 이 기념물을 세계문화유적지로 여기는 모든 사람들을 불쾌하게 하는 선택을 했다”며 “터키와 그리스의 관계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한편, 양국 정상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동부 지중해 정세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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