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프랑스 그르노블의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지상에 시민들이 모여 떨어지기 직전의 어린이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 영상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뉴스24팀] “우리가 애들을 살리긴 했지만 뛰어내리기로 결심한 것은 그 아이들이에요. 그 애들이 영웅이지요”.
프랑스의 한 흑인 청년과 시민들이 불이 난 아파트에서 탈출을 위해 뛰어내린 어린이 두 명을 맨몸으로 받아내며 목숨을 구해 화제다.
23일(현지시간) BFM 방송 등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 21일 프랑스 남동부 알프스산맥 자락의 도시 그르노블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자 창문 난간에 매달려 있던 어린이 두 명이 10m 아래로 뛰어내렸음에도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은 채 목숨을 건졌다.
프랑스 언론들이 보도한 영상에는 검은 연기와 화염이 솟구치는 발코니 옆에서 어린이 한 명이 형의 손끝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가 아래로 뛰어내리고 그 아래 있던 시민들이 몸을 던져 어린이를 받아내는 긴박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세 살짜리 동생을 먼저 뛰어내리게 한 열 살짜리 형도 밑에서 뛰어내리라고 소리 지르는 이웃 어른들의 말을 믿고 시민들에게 몸을 던져 화마를 피할 수 있었다.
화재 현장의 아파트에서 어린이들을 구하는 과정을 주도한 청년 아투마니 왈리드(25)는 아이들을 받을 때의 충격으로 오른쪽 손목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그는 BFM 방송 등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사람들의 비명을 듣고 집을 나가보니 이웃 아파트에서 불길이 치솟는 걸 보고 그 아파트로 곧장 뛰어가 아파트 계단으로 단숨에 올라갔지만 불이 난 집의 현관문이 잠긴 상태라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했다.
다시 아래로 내려온 그는 이웃들과 함께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민 어린 형제에게 뛰어내리면 받아주겠다는 소리를 질렀고 이웃 어른들의 말을 믿은 형제가 침착하게 아래로 뛰어내리자 어른들은 힘을 모아 맨몸으로 받아냈다.
왈리드는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애들이 뛰어내리는 순간 두려움이 사라졌다. 오직 애들을 잘 받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겸손해했다.
화재가 일어난 아파트가 있는 곳은 그르노블에서도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주로 모여 사는 빌뇌브 지역으로, 주민들의 경제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곳이라고 한다.
에리크 피올 그르노블 시장은 빌뇌브 주민들의 용기와 위험에 처한 이웃을 도운 행위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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