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독감’ 등 소극적 대응 때문에 8만명 이상 사망
양성 판정 받은 대통령, 2주 격리 후 음성 판정 받아
코로나19 테스트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가운데)이 25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에 위치한 오토바이 가게를 나서면서 마스크를 한 손으로 당겨 벗고 있다. 지난 7일 코로나19 테스트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그는 2주 넘게 격리생활을 했다.[EPA] |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작은 독감’에 불과하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고발됐다. 코로나19로 8만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것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부실 대응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26일(현지시간) 브라질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브라질의 보건 분야 50여개 단체는 코로나19에 대한 부실 대응을 이유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ICC에 고발했다.
이번 고발은 100만명 이상의 보건 분야 노동자들을 회원으로 둔 브라질 보건노조 네트워크가 주도했으며, 외국의 보건단체들도 지지를 표시하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코로나 19 대응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신중하지 못하고 무책임한 형태를 보이는 등 반인도적 범죄 행위를 저지른 증거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며 우익 성향을 보이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바이러스를 ‘작은 독감(little flu)’에 비유하며 전염병을 경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보건 당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수차례 대규모 집회에 참석했으며, 강력한 봉쇄 조치를 취한 지방정부와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무분별한 정치 활동 속에 그는 이달 초 코로나19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으며, 2주간의 격리 조치 후 지난 25일 음성판정을 받았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신의 회복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말라리아 약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때문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ICC에 고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3월 세계 각국의 인권단체들이 아마존 원주민 인권 침해를 이유로 ICC에 고발하기도 했다.
브라질 보건부에 따르면 26일 기준으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만4578명 늘어난 241만9091명에 이르고 있으며, 누적 사망자만 8만7004명에 달하고 있다.
pdj2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