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실행 주체 될
미래에셋캐피탈은
총수일가 가족회사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네이버파이낸셜이 대출시장 진출을 전격 선언했다. 은행의 틀 안에 빅테크 자본이 투입된 인터넷전문은행에 이어, 빅테크기업의 금융 본류 진출이 이뤄지는 중대한 계기다. 그런데 사업구조를 따져보면 네이버 외에 또 다른 대형 수혜자가 등장한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그 가족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직접 대출업을 수행할 면허가 없다. 그래서 이번에도 미래에셋과 손을 잡았다. 미래에셋캐피탈의 대출을 네이버파이낸셜이 중개하는 형태다. 미래에셋대우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통장이 ‘네이버통장’이 된 것처럼, 미래에셋캐피탈의 대출이 ‘네이버대출’이 되는 모양새다.
금융에서 ‘통장’은 수신이다. 비용이다. ‘대출’은 여신으로 수익이 된다. 미래에셋대우가 ‘네이버통장’으로 얻는 직접적 수익은 크지 않다. 소액인 데다 대부분 결제 용도여서 자금 조달이란 의미가 적다. 반면 대출은 이자가 들어온다. 대출의 핵심은 심사, 즉 신용평가인데 네이버파이낸셜이 수행한다. 미래에셋캐피탈은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뒤 네이버파이낸셜이 시키는 대로 빌려주면 된다. 요약하면 미래에셋캐피탈이 네이버라는 거대한 대출고객을 확보하는 구조다.
네이버 측은 자체 구축한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으로 네이버스마트스토어에 등록된 사업자들의 매출 흐름과 판매자 신뢰도 등을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1등급 대상자가 기존 신용평가회사(CB) 등급보다 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시뮬레이션 결과대로라면 미래에셋캐피탈은 건전성 부담도 크지 않다.
미래에셋캐피탈의 지난해 영업수익, 즉 매출은 2533억원 규모다. 대출채권은 약 2조3000억원 규모다. 네이버의 대출시장 진출이 성공을 거둔다면 미래에셋캐피탈의 매출과 이익이 급증할 수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이자, 박 회장과 그 가족이 지분 대부분을 가진 사실상 개인 회사다. 돈을 잘 벌면 박 회장 일가가 가장 큰 이익을 얻게 된다. 미래에셋캐피탈의 수익이 늘어 자본이 불어나면 지주회사 강제 편입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현행 여신금융업법은 자회사 지분가치가 자기자본의 150% 이상일 경우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되도록 규정돼 있다.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공정거래법 등 각종 규제가 강화된다. 미래에셋캐피탈로서는 이익을 늘릴 일감이 절실하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 자동차금융 등 신사업 진출에 적극적이다.
은행과 증권 등 금융업에 직접 진출하는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는 기존 금융사와의 제휴를 택했다. ‘직접’ 진출이 아닌 만큼 금융 당국의 직접 규제를 피할 수 있다.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는 교차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상당 부분 일치한다. 네이버는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고,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은행과 손해보험 외에는 거의 모든 금융업에 진출해 있다.
박 회장은 이미 플랫폼을 활용해 ‘큰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다. 미래에셋은 2000년 국민은행이란 플랫폼에 적립식 펀드를 실어 큰돈을 벌었고, 대형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박 회장이 김정태 당시 국민은행장과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이후 박 회장은 사모펀드라는 ‘플랫폼’을 이용해 해외와 부동산 투자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수수료 수익과 가족의 부가 사업 기회까지 얻었다. 네이버의 금융 진출을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미래에셋의 새 플랫폼 장착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도 영향이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간 네이버와 미래에셋의 협력관계를 볼 때, 향후 빅테크기업의 금융 진출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막후 실력자가 박 회장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미래에셋이 큰 수혜를 보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