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부양책으로 ‘더 심한 대공황’ 피했으나
백신 없으면 ‘더블딥’, 2025년까지 ‘L자’ 배제 못해
中등 미 대선 개입 우려, 중동서 ‘10월의 서프라이즈’
시장, 테일리스크 평가 못해…경제 빠르게 탈선할 수
누리엘 루비니 교수 [NourielRoubini.com 캡처] |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비관적인 전망으로 유명해 ‘닥터둠(Dr. Doom)’이란 별명이 붙은 누리엘 루비니(사진) 미국 뉴욕대 교수는 “지난 몇달간 진행상황을 보면, 올해가 끝나기 전 세계 경제를 다시 흔들 ‘화이트 스완(white swan)’이 하나 혹은 그 이상 등장해도 놀라선 안 된다”고 말했다. 화이트 스완은 반복해 오는 위기인데도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30일(현지시간) 루비니 교수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그는 전날 기고 전문매체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낸 ‘2020년 화이트 스완의 재방문’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지난 2월에 사실이던 문제는 오늘도 사실로 남아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2월, 올해 글로벌 대란을 촉발할 수 있는 화이트 스완으로 ▷미국과 이란 군사적 충돌 격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전염병에 휘말린 중국 ▷사이버 전쟁 ▷미 국채 보유국의 자산 다각화 전략 ▷미국과 러시아 등 수정주의국가간 경쟁 ▷기후변화로 인한 실제 비용 증가 등을 꼽았다.
루비니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으로 번지기 전에도 세계 경제는 ‘테일 리스크(tail risk·일회성 사건이 자산 가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에 직면한 우려스러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었다고 했다. 팬데믹이 세상을 뒤집어 놓았지만, 그가 지목한 위협은 모두 그대로이고 일부는 더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그의 경고대로 코로나19는 팬데믹이 돼 세계 경제에 심각한 결과를 가져왔다. 루비니 교수는 “대규모 부양책 때문에 2020년의 더 심각한 대침체는 ‘더 심한 대공황(a Greater Depression)’이 되진 않았다”면서도 “세계 경제는 여전히 취약하고, ‘V자형’ 회복이 나타나더라도, 경제활동 수준이 극히 낮은 걸 감안하면 1~2분기밖에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되기 전, 올 가을이나 겨울에 ‘2차 유행’이 발생하면 경제는 ‘W자형’ 더블딥(이중침체)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심하면 2025년까지 ‘L자형’의 ‘더 심한 대공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루비니 교수는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 수정주의 국가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 관련 사이버 전쟁을 통해 개입, 선거조작 논란을 촉발하고 잠재적으론 시민 소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이란에 대해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와 긴장이 고조될 걸로 예상했는데, (도널드) 트럼프가 여론조사에서 약세이기 때문에 바이든이 집권하면 미국을 핵협상에 다시 참여케 할 희망을 갖고 상대적으로 자제하는 정책을 택했다”며 “그러나 이스라엘이 트럼프 행정부의 암묵적 지원으로 이란 핵에 대한 은밀한 공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전략 창구가 닫히고 있다는 게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0월의 서프라이즈’와 관련한 중동 협상 가능성이 늘고 있다”고 했다.
루비니 교수는 이밖에 기후변화로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오랫동안 얼어있던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다시 떠올라 코로나19처럼 전 세계에 빠르게 확산할 우려가 늘어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루비니 교수는 “경제는 여전히 또 다른 경제·금융·지정학·공중보건상의 테일 리스크로 인해 빠르게 탈선할 수 있다”며 “시장은 개연성을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경은커녕 정치적, 지정학적 테일 리스크에 값을 매기는 데 능숙하지 않다”고 낙관론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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