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로 예정된 대선을 연기할 가능성을 거론한 ‘폭탄 발언’으로 미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연기를 원치 않는다며 스스로 진화에 나섰다. 다만, 우편투표 확대가 부정선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혹은 거두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개최한 언론 브리핑에서 대선 연기 관련 질문에 대해 미국 대선 연기를 원치 않지만 우편투표는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여러분보다 훨씬 더 선거가 치러지길, 그리고 결과가 나오길 원한다”며 “나는 연기를 원치 않으며, 선거를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나는 (결과까지) 몇 달을 기다려야 하고 그러고 나서 투표지가 모두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우편투표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윗을 통해 “보편적인 우편 투표(바람직한 부재자 투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도입으로 2020은 역사상 가장 오류가 있고 사기 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람들이 안전하고 무사히 투표할 수 있을 때까지 선거를 미룬다???”란 글을 남겼다.
의문형으로 떠보는 식이긴 했지만, 현직 대통령이 대선 연기 가능성을 직접 거론한 것이어서 워싱턴 정가가 벌집을 쑤신 듯 발칵 뒤집혔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혀왔지만 대선 연기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트윗은 역대 최악의 미국 경제 실적이 공개된 직후 이뤄진 것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대응 부실로 인한 지지율 하락과 더불어 연이어 터진 악재를 엎기 위해 돌발 카드를 국면 전환용으로 던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트윗을 남긴지 불과 몇 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수습에 나선 건 여당인 공화당에서조차 만만치 않은 후폭풍에 직면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공화당 상·하원 대표들은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퇴짜를 놓았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11월 3일 선거는 고정불변이며, 지난 위기 상황 속에서도 선거는 치러졌다고 말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도 “우리가 연방 선거 역사상 선거를 미룬 적이 결코 없다.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