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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패 스캔들’ 스페인 前국왕, 떠난다
카를로스 1세, 국왕에 편지
망명시점·장소는 언급 안해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받고 은닉·세탁한 의혹을 받고 있는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전 국왕이 결국 스페인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3일(현지시간) 후안 카를로스(사진) 1세 상왕은 아들인 국왕 펠리페 6세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사적인 사건이 공공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에 책임을 지고 자국에서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현지 매체 등이 전했다.

그는 편지에서 “거의 40년을 스페인의 왕으로 살았고, 그 기간동안 나는 늘 스페인과 왕가를 위해 최선을 선택하려 했다”면서 “나는 이번 결정을 매우 침착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언제, 어디로 떠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스위스의 한 일간지는 후안 카를로스 1세가 사우디로부터 메디나와 메카를 연결하는 고속철 건설과 관련해 1억달러의 뇌물을 받았고, 조세 회피처에 자금을 은닉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6월 스페인 대법원은 스페인 건설사 컨소시엄이 67억유로의 고속철 건설 수주를 따낸 것과 관련, 상왕이 부당하게 개입했는 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후안 카를로스 1세는 1975년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사망 이후 스페인의 민주주의 복원에 중추적인 역할했다는 평가를 받아 온 인물이다. 하지만 2012년 스페인이 재정적자와 경기침체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 아프리카 남부의 보츠와나로 코끼리 사냥을 떠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비난을 받고 왕좌를 떠났다.

잇따른 스캔들 속에서 상왕과 거리두기를 해온 왕실과 의회는 상왕의 망명 결정을 존중한다는 뜻을 표했다. 스페인 왕실은 펠리페 6세 현 국왕이 “감사와 존경을 표했다”고 전하면서 “국왕은 자신의 아버지의 통치 시절이 갖는 역사적 중요성과 스페인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헌신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의 소식통도 “왕실의 투명함을 보여주는 결정이며 이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앞서 펠리페 6세는 아버지 후안 카를로스 1세의 유산을 포기하겠다고 밝혔고,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상왕의 스캔들이) 스페인 국민과 우리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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