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 책임있는 자 대가 치를 것”
창고에 질산암모늄 2750t 보관
트럼프 “폭탄 공격으로 판단”
혼란 노린 세력의 공격 추측도
40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대규모 폭발 참사의 원인을 두고 화학물질로 인한 단순 사고와 외부 세력에 의한 공격 가능성 등 많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폭발 참사 원인이 공격인 것으로 밝혀질 경우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중동 정세에 더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4일(현지시간) 이번 폭발과 관련한 TV 연설에서 4일을 ‘애도의 날’로 선포하며 “이번 재앙에 책임 있는 자들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레바논 정부는 폭발 원인이 공격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폭발물이나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인지 정확히 밝히진 않았다. 다만, 사고 개연성에 무게를 두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베이루트 항구 창고 안에 강력한 폭발력을 지난 인화성 물질이 대량으로 저장됐다는 걸 짐작하게 하는 동영상들이 공개된 이후 디아브 총리는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폭발이 발생한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는 약 2750t의 질산암모늄이 6년간 보관돼 있었다”고 말했다.
레바논의 안보 책임자인 아바스 이브라힘도 폭발 현장을 방문한 뒤 “당장 조사할 수 없지만 몇 년 전부터 보관된 물질이 있는 것 같다”며 “폭발성이 큰 물질을 압수했다”고 말했다.
농업용 비료인 질산암모늄은 화약 등 무기 제조의 기본 원료로 사용된다. 지난 2003년 4월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당시에도 질산암모늄이 유출되면서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
현지 언론들은 위험한 인화성 물질이 어떻게 시내와 가까운 곳에 저장됐는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단순 사고가 아니라 레바논 내 혼란을 노린 세력의 공격이라는 추측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 참석 “미 군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일종의 끔찍한 폭탄 공격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이번 참사가 공격에 의한 것이라면 레바논은 물론, 중동 정세에 큰 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심각성을 의식한 듯 미 국방부 관계자 3명은 CNN에 “베이루트 폭발 참사가 공격에 의한 것이란 징후가 적어도 아직까진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연관 여부도 주목된다. 이번 참사는 유엔 특별재판소가 지난 2005년 친서방 정책을 폈던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를 암살한 혐의로 헤즈볼라 대원 4명에 대한 판결을 내리기 불과 사흘 앞두고 발생했다.
당시 하리리 전 총리의 가족은 헤즈볼라와 시리아 정권이 암살에 연루돼 있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는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이번 폭발의 배후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스라엘군이 베이루트 항구에 있는 폭발성 물질을 공습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레바논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은 교전을 벌이는 등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이를 의식하듯 이스라엘은 즉각 이번 폭발과 자신들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가비 아슈케나지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스라엘 현지 방송에 출연해 “베이루트 참사는 사고였다는 것을 믿지 않을 근거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스라엘 정부 관리들도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스라엘은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레바논인들의 고통을 공유한다”며 “베니 간츠 국방장관과 아슈케나지 외무장관의 지휘 아래 레바논에 의료 등 인도적 지원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