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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전세계적 ‘영끌’ 투자…현금만 빼고 다 오른다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전세계적인 ‘영끌’ 투자 열풍이다. 미국도, 중국도, 인도도 온통 투자에 푹 빠져있다. 돈 값이 헐 값이다. 이자가 워낙 싸니 빚까지 내서 투자하는 이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금을 들고만 있으면 바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코로나19는 이제 일상으로 인정하는 듯하다.

거품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가격이 동시에 치솟고 있다. 자산시장 외에는 딱히 돈이 갈 곳도 없다. 세계 경제를 마비시킬 돌발변수가 등장하지 않는 한 유동성 랠리는 당분간 이어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말라가던 현금, 이제는 범람=코로나19 대유행 직후 가장 주목받았던 자산은 현금이었다. 미국 국채 보다도 달러를 선호할 정도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마비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사상 최대규모의 돈을 찍어냈다. 정부도 재정을 풀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코로나19 이후 각국 정부가 푼 돈이 20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전세계 총생산(GDP)의 20%를 넘는 액수다. 현금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돈이 필요한 이들은 채권을 찍었다. 중앙은행에서 푼 돈이 채권을 인수해줬다. 흔해지면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달러가치 하락…현금 놔두면 ‘바보’=돈이 넘치자 둘 곳이 필요했다. 금융위기 직후 양적완화가 가져온 극적인 증시 반등을 봤던 학습 교과다. 코로나19 이후 유용한 혁신들에 돈이 몰렸다. 기술주와 바이오다. 미국 경제가 흔들린다고 하지만 빅테크, 바이오의 경쟁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수준이다.

11년 전보다 자금의 이동은 더욱 자유로워졌다. 스마트폰 하나면 손쉽게 전세계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세상이다. 국내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투자 열풍이 거세다. 최근엔 인도에서도 미국 주식투자 열풍이라고 한다. 증시에서의 ‘아메리칸 드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기능 잃은 채권…투자 쉬워진 금=대담한 이들은 주식시장으로 갔지만, 신중한 투자자들은 국채 시장을 두드렸다. 통상 위험자산 60%, 안전자산 40%이 자산배분의 황금비율이다.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이다. 금융위기에 코로나19까지 겪으며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면서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채권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있다. 이미 유럽은 국채 수익률(yield)이 마이너스다. 미국 국채조차도 인플레를 감안한 실질금리는 이미 마이너스 1% 수준이라고 한다. 채권이 가격조절 기능도 발휘하지 못하고, 이자수익도 내지 못하니 대체할 안전자산이 필요해졌다. 바로 금이다.

▶금값 3000달러=금의 가치는 혼란과 갈등 속에 빛이 났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파운드 화가 기축통화 지위를 잃었을 때 금본위제가 등장한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신, 달러에 대한 불안,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금 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BOA도 코로나19와 미중 갈등을 금값 상승의 동인으로 봤다. 글로벌화가 퇴조하면 달러의 기능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상장지수펀드(ETF)라는 쉽고 빠른 ‘투자 고속도로’도 금값을 끌어올렸다.

골드만삭스의 금값 목표치는 3000달러다. BOA는 1980년대에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식자산 대비 금 보유액이 6.2%였는데, 지금은 3%도 채 안된다고 분석했다.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1979년 금값이 현재 가치로 약 2500달러까지 올랐었다는 추정도 나온다.

▶돈이 너무 많아…증시 더 오를 수=자산가치는 화폐로 표시된다.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면 자산표시 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6월말 기준 국내 통화량(M2)는 국내총생산(GDP)의 160.8%다. 증시 전고점이던 2018년 이 비율은 142.6%였다. 통화량 대비 증시(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은 비율은 55.4%다. 2018년 이 비율은 58.1%였다. 2004년 46.5%이후 최저다. 시중에 돈이 불어나는 만큼 시가총액이 늘어나지 못했다는 뜻이다. 전년대비 기업이익이 줄어든 점을 감안해도 초저금리로 주식과 채권의 수익률 격차(yield gap)가 벌어진 점을 감안하면 더 오를 수 있는 환경이다. 게다가 아직 정부가 코로나19 지원을 위해 풀겠다는 170조원 가운데 채 5분의 1도 풀리지 않았다. 한국형 뉴딜까지 감안하면 2025년까지 시중에 풀릴 돈은 300조원에 가깝다.

▶공매도•부채 경계를…美대선 달러가치 변수=자산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위험도 분명 존재한다. 대출 형태로 나간 코로나19 지원금들이 제대로 회수될 지다. 경기회복이 더뎌져도 위험이 커지지만, 자산가격에 조정이 나타나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의 시장 반응속도가 워낙 빨라 자산가격 급락에 따른 연쇄효과 나타날 위험은 늘 염두에 둬야 한다. 변동성지수(VIX)를 눈여겨 봐야하는 이유다.

국내의 경우 9월15일 종료 예정인 공매도 조치가 변수다. 연장 가능성이 크지만 과거 외국인들은 공매도 종료에 앞서 국내 주식을 매수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이 유력하다. 주요국 가운데 한국 경제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라 외국인 매수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11월 미국 대선은 핵심 변수다. 자산시장의 핵심 열쇠인 달러 가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달러 가치의 방향성이 바뀐다면 자산시장을 움직이는 글로벌 자금의 행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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