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폭발 참사가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하루 만에 아무도 모른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폭발 원인에 대해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아무도 아직 모른다”며 “지금 시점에 그들은 보고 있는데…. 어떻게 사고라고 말할 수 있을까란 뜻”이라고 말했다.

전날 자신의 발언의 배경에 대해선 “지금 누구라도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것을 매우 강력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며 “내 말은 어떤 사람은 그것이 공격이었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폭발 참사를 ‘끔찍한 공격’으로 규정, 자신이 이야기를 나눈 몇몇 군 장성들이 공격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한 것과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그는 전날만 해도 “이것은 일종의 공장 폭발과 같은 형태의 사고가 아니었다. 그것은 어떤 종류의 폭탄이었다”고 언급하며 공격으로 규정했지만 하루 만에 신중론으로 돌아서며 대폭 후퇴해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이번 일로 대통령과 국방 수장 사이의 엇박자가 공개적으로 연출되는 일까지 벌어지며 트럼프 행정부 내 원활치 못한 의사소통 구조에 대한 논란이 다시 한번 일 것으로 보인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같은 날 원격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애스펀 안보포럼에서 베이루트 폭발 참사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대부분 사람들은 보도된 대로 그것이 사고(accident)였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고 CNN 방송,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국무부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신중론에 무게를 뒀다. 이날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의 통화 사실을 전한 국무부의 보도자료 상에도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폭발 참사를 ‘끔찍한 폭발’로 칭한 것으로 돼 있다. ‘공격’이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불의의 참사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불쑥 내놨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한편,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CNN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발언이 초기 브리핑에 근거한 것”이라고 방어막을 쳤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