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권이어서 민주당 소송 전망
트럼프 “소송하면 내가 이길 것”
표심 자극할 세제 카드 제시
[AP] |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의회를 거치지 않은 채 연방정부 지출에 관한 행정명령 4건에 서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 충격을 겪는 미국인을 구제한다는 명목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지난 7일 추가 실업수당 600달러 지급 액수·연장기간 등을 놓고 벌인 막판 협상이 불발하자 며칠 전부터 공언한 ‘단독 드리블’을 현실화한 셈이다. 11월 3일 대선을 위한 정치적 계산이 깔린 행보로 풀이된다. 그러나 권한 밖 행동이어서 소송 등 논란도 현지 언론은 예상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개인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사실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명령·각서는 ▷연소득 10만 달러이하 국민에 대한 급여세 유예 ▷퇴거유예 시행·월세 금융지원 ▷올해 말까지 주당 400달러의 추가 실업수당 지급(25%는 주 정부 부담) ▷올해 말까지 학자금 융자 지급 유예 등이다.
하나같이 코로나19로 수입이 줄거나 끊긴 중산층·서민을 위한 지원책이다. 여야가 간극을 좁히려 했지만, 실패한 틈을 트럼프 대통령이 치고 들어온 형국이다. 협상의 쟁점이었던 추가 실업수당 지급액은 백악관과 공화당은 애초 주당 200달러를 고집했다. 민주당은 600달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4건의 조치를 통해 나의 행정부는 어려운 시기에 있는 국민에게 즉각적이고 중요한 구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행정명령 등이 월권이어서 민주당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인지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그들(민주당)은 소송을 할 수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내가 이길 것”이라고 했다. 또 “소송이 제기되면 사건은 매우 빠르게 처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정명령에 담긴 조치의 재원에 대해선 “케어스법(CARES Act·공화당 주도로 3월 통과해 발효한 1차 경기부양패키지법)에서 쓰지 않고 남은 돈으로 추가 실업 수당을 충당할 수 있다”며 “급여세 감면은 대단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에서 추가 실업수당 지급 등에 관한 행정명령에 대해 발언을 하고 있다. [AP] |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추가 실업수당은 사람들이 일터로 복귀하는 데 인센티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양도소득세를 포함한 중산층 대상 소득세 인하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연소득 10만달러 이하엔 급여세를 아예 없애도록 할 거라고도 분위기를 띄웠다. 세제 관련,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카드를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을 활용해 뽑아드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행정명령이 장애물 없이 효력을 발휘하게 될진 미지수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관련 예산이 어떻게 집행될지를 결정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할 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를 우회해 연방정부 지출에 관한 사항에 행정명령을 발동한 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미국·멕시코간 국경을 따라 장벽을 건설하는 데 국방부 예산 수십억달러를 전용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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