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기간 중 부정선거 의혹 쏟아져나와
선거 결과 항의 시위대 거리로…진압경찰과 충돌 사태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AP]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9일(현지시간) 동유럽 벨라루스에서 진행된 대통령 선거에서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고 불리는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현 대통령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리를 거두며 6기 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예측됐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아성에 도전한 야권과 반대파 시민들은 선거 및 투표 기간동안 현 정부가 저지른 부정선거 행태를 비판, 결과에 불복하는 시위에 나섰다.
이날 오후 8시에 발표된 출구조사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79.9%를 득표, 6.8% 득표에 그친 가장 강력한 야권 후보로 꼽였던 사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를 따돌리고 압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함께 출마한 다른 3명의 후보의 득표율은 0.9~2.3% 수준이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당초 티하놉스카야는 26년간 이어진 루카셴코 대통령의 장기집권에 마침표를 찍을 인물로 주목받았다. 그는 대선 출마를 준비하다 지난 5월 말 사회질서 교란 혐의로 당국에 체포된 반체제 성향의 블로거 세르게이 티하놉스키의 부인으로, 남편을 대신해 선거에 출마했다.
티하놉스카야는 루카셴코 정권의 권위주의적 통치와 경제난 등을 지적하며 대대적 개혁을 약속, 초반 돌풍을 이어갔지만 결국 루카셴코 대통령의 독재 체제를 끝내는 데는 실패했다.
다만 선거의 여파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연임이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가운데, 야권이 루카셴코 대통령의 불법 선거를 펼쳤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이 행정력을 동원해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운동을 펼치고,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이유로 선거 감시단 수를 제한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40%에 달하는 역대급 사전투표 참여율을 거론하며 개표 부정 의혹까지 제기했다. 가디언은 “한 투표소 영상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 의원들이 투표용지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들고 창문에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장면이 담겼다”면서 “일부 투표소는 투표 용지 수가 등록 유권자 수를 넘어서기도 했다”고 했다.
벨라루스는 벌서부터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시위대로 들끓고 있다. 수도 민스크에서는 거리로 나온 수천 명의 시위대와 진압경찰과의 충돌까지 벌어졌다. 북동부 도시 비텝스크, 남서부 도시 브레스트, 서부 도시 그로드노 등에서도 항의 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티하놉스카야도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출구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나는 내 눈을 믿는다. 다수는 우리 편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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