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비용은 0.5%도 안돼
반대매매로 부실위험 적어
합리적 수준으로 개선해야
건전한 차입투자 환경 도움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증시가 뜨겁다. 개인 자금이 주도하고 있다. 자산가들은 자기 자금이나 여유 자금으로 주로 주식에 투자한다. 현금 자산이 부족한 중산층과 서민은 투자원금이 아무래도 작다.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자산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수익을 늘리려면 차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
부동산 투자는 불로소득, 투기이며, 주식 투자는 자본시장과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게 현 정부의 접근법이다. 앞뒤가 맞으려면 부동산은 막고, 주식은 독려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규제의 두 축은 세금과 차입제한이다. 차입을 제한해 과도한 가격상승을 막는 입구 전략과, 세제를 통해 투기로 인한 차익을 환수하는 출구 전략이다.
주식 투자를 독려하는 두 축도 역시 세금과 대출이다. 일단 출구 전략인 양도소득세는 공제 상한을 5000만원으로 높였다. 입구 전략에서도 증권거래세 인하가 예정돼 있다. 이제 차입 환경도 공정하게 할 때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빌려주는 돈이다. 기본적으로 매수한 증권이 담보가 된다. 주가가 하락해 담보 가치를 위협하면 증권사는 자동적으로 반대 매매를 시행해 자금을 회수한다. 돈 떼일 위험이 신용대출 보다 크지 않다. 그럼에도 연 이자율이 적게는 4%, 많게는 10%가 넘는다.
증권사들의 신용거래 융자 재원을 마련하는 주요 창구가 투자자예탁금이다. 투자자들이 증권거래를 위해 증권사에 맡긴 돈이다. 증권사들의 투자자예탁금 평균 금리는 연 0.5% 이하다. 증권사는 이 돈을 증권금융에 맡기고 1.5% 가량의 이자를 받거나, 신용융자 자금으로 운용한다.
투자자예탁금이나 신용융자 금리 모두 기준금리 등 시장금리에 따라 변동된다. 최근 금리하락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예탁금 금리는 빠르게 내린 반면 신용융자 금리는 발걸음이 더디다. 주식거래 수수료 0원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증권사들이 최근 증시 활황으로 떼돈을 버는 이유다. 지난 7일 고객예탁금은 49조원을 넘어 50조원에 초근접했다.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 7일 15조원을 돌파했다. 모두 사상 최대치다. 신용융자에 평균 8% 금리를 적용하면 이자수익 1조2000억원 시장이다.
온라인주식거래 점유율 1위인 키움증권을 예로 들어 보자. 올 1분기 영업이익은 332억원, 수수료손익이 1440억원, 이자손익이 514억원이다. 투자자예수금(5조1666억원) 조달금리는 0.49%이고, 신용공여금(1조9896억원) 금리로는 8.85%를 받았다.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법정 최고이자율을 연 10%로 낮추는 법률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서민들을 ‘고리대(高利貸)의 위험에서 구해주겠다는 명분이다. 현재 법정 최고금리는 연 24%다.
대출에 두 자릿수 이자율을 적용하는 곳은 저축은행과 대부업 뿐 아니다.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나 카드론도 차주의 신용에 따라 두 자릿수 이자율이 적용된다. 모두 기본 구조가 신용대출이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연체 또는 부실위험이 높아 그에 대비할 비용이 필요하다. 연 10%면 비용부담이 큰 저신용자에게는 돈을 빌려주기 어렵다. 이 때문에 대출 이자를 제한하면 돈을 빌려주는 쪽도 돈을 빌리는 쪽도 모두 어느 정도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반면 증권사 신용융자 이자율을 제한하면 투자자들의 비용부담은 줄어들고, 우량주 투자활용이 늘어나 이용기간 연장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아무래도 이자율이 높으면 단기 투자에만 활용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변동성이 큰 종목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신용융자 이자율이 낮아져 이용이 늘어난다면 증권사들도 그에따른 ‘파이’ 확대의 수혜를 누릴 수 있다. 정부가 이왕 대출이자 개선을 추진한다면 이 참에 대표적인 고리대인 증권사 신용융자부터 손을 데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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