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의료인·교사 접종 시작…성급한 개발·접종 후유증 우려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 |
[헤럴드경제=뉴스24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공식 등록됐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원격 내각회의를 주재하면서 "오늘 아침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이 등록됐다. 그것은 상당히 효율적으로 기능하며 지속적인 면역을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신이 필요한 모든 검증 절차를 거쳤다며, 이 백신이 인간 아데노바이러스에 기반해 만들어졌고 본인의 두 딸 중 1명도 이 백신의 임상 시험에 참여해 접종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1차 접종 후 (딸의) 체온이 38도까지 올라갔으나 이튿날 37도 정도로 떨어졌으며, 2차 접종 이후에도 체온이 조금 올라갔지만, 곧 내렸다"면서 "지금은 몸 상태가 좋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에겐 큰 딸 마리야(35)와 둘째 딸 카테리나(34) 등 2명의 딸이 있다.
푸틴은 "등록된 백신의 양산이 조만간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원하는 사람 모두가 접종을 받을 수 있을 만큼을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백신 접종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뒤이어 설명에 나선 미하일 무라슈코 보건부 장관은 "오늘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센터가 개발한 백신의 국가등록 결정이 내려졌다"면서 임상시험이 높은 효능과 안전성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무라슈코 장관이 언급한 가말레야 센터는 현지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다.
가말레야 센터는 러시아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의 투자를 받아 러시아 국방부 산하 제48 중앙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왔다.
백신은 모스크바의 세체노프 의대와 부르덴코 군사병원에서 각각 38명씩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한 1차 임상 시험이 지난달 중순 마무리됐으며 2차 임상시험의 상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무라슈코는 "모든 (임상시험) 자원자들에게서 높은 수준의 코로나19 항체가 생성됐다. 접종에 따른 심각한 후유증은 아무에게서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백신 생산은 가말레야 센터와 현지 제약사 '빈노파름'이 맡을 것이며 RDIF는 생산 및 해외 공급에 필요한 투자를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라슈코는 조만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단계적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면서 감염 고위험군에 속하는 의료진과 교사 등에게 우선하여 백신 접종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현지 보건부는 "2회 접종으로 백신이 장기간의 면역을 형성토록 해줄 것"이라면서 "임상시험 결과는 면역이 2년까지 유지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소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 오가료보 관저에서 화상 내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를 통해 러시아에서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공식 등록됐다고 밝혔다. [연합] |
이날 등록된 백신은 지난 1957년 옛 소련이 인류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을 따 '스푸트니크 V'(Sputnik V)로 명명됐다.
백신이 공식 등록 절차를 마침에 따라 조만간 양산과 일반인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타스 통신은 1순위인 의료진 접종이 8월 말이나 9월 초에 시작되고 백신 시판은 내년 1월 1일부터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RDIF 대표는 "백신 등록 이후 곧바로 3차 임상시험이 시작될 것"이라면서 "한 달 동안 수만 명의 자원자들이 접종받을 것이다. 10월부터는 역시 자원자를 대상으로 대중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3차 임상시험은 러시아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미트리예프는 "현재 외국 파트너들과 함께 세계 5개국에서 연 5억 회 분량 이상의 백신을 생산할 준비가 됐으며 향후 생산능력을 더 확대할 것"이라면서 RDIF가 20개국으로부터 10억회 이상 분량의 사전 구매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소개했다.
통상 서방에선 수천~수만 명을 대상으로 한 1~3차 임상 시험 뒤에야 백신의 공식 등록과 양산, 일반인 접종을 시작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와 달리 백신 접종 속도를 앞당기려는 계획인 것으로 보여, 성급한 백신 접종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AFP통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사전 자격 심사(pre-qualification) 절차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타릭 야사레비치 WHO 대변인은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 당국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으며 백신에 대한 WHO의 사전 자격 인정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여러 백신 후보 물질이 개발되는 속도에 고무돼 있지만, 절차를 가속하는 것이 곧 안전성과 타협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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