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가능한 백인과 달리 현장직 중심 흑인 일자리 복귀 늦어져
코로나19 사태로 폐점을 앞둔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상점에서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이 쇼핑을 마치고 걸어 나가고 있다.[AP] |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경제 활동 재개에 나선 미국에서 일자리 복귀가 이어지고 있지만, 급여 수준이나 인종에 따른 고용 회복세가 크게 차이나고 있어 주목된다. 시간당 급여가 높은 일자리의 경우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어서는 고용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시급이 낮은 일자리의 경우 떨어진 고용률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V자’나 ‘U자’형으로 예상했던 고용 회복세가 임금 수준 등에 따라 양극화되는 ‘K자’형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시급이 32달러를 넘는 일자리의 경우 연초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 수준보다 고용이 2% 더 늘어났다. 하지만 시급이 14달러 이하 일자리의 경우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고용이 20%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또 시급이 20~32달러 일자리의 경우 고용이 코로나19 이전보다 5% 낮은 정도에 그쳤지만, 시급 14~20달러 일자리의 경우 16%나 떨어진 상황을 보였다.
이는 급여 수준에 따른 고용 회복세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이번 조사를 이끈 오퍼튜너티 인사이츠의 존 프리드먼은 “고임금자에게 경기 침체는 이미 끝났지만, 저임금 노동자는 절반도 회복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종별로도 고용 회복세가 다르게 나타났다. 백인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잃어버린 일자리의 40~45% 정도를 되찾았지만, 흑인의 경우 그 비율이 20%에 그쳤다.
이 같은 급여 수준별, 인종별 고용 회복세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일자리 수요가 차별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컴퓨터를 활용해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자리의 경우 고용이 늘어나고 있지만, 외부 현장 활동을 해야 하는 일자리는 고용 회복세가 더딘 상황이다.
실제로 연방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컴퓨터 이용이 가능한 대졸자의 경우 63%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며, 고졸자의 경우 재택근무 비율이 20%에 머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각종 경제 활동 제재 속에 시급이 낮은 현장 일자리의 타격이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주택구매 형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자리가 있고 예금이 있는 가정의 경우 3%보다 낮은 모기지 금리를 활용해 주택구매에 나서고 있으며, 취약계층은 임대료를 내지 못해 집에서 쫒겨날 상황에 몰리고 있다.
미국 모기지 은행가 협회(MBA)에 따르면 1년전보다 주택 구매가 20% 이상 늘어났으며, 재융자 역시 50% 이상 증가했다.
윌리엄 앤 메리 대학의 피터 애트워터 교수는 “이는 분명한 K자형 회복이다”며, “클수록 부유할수록 회복세가 뚜렷한 반면, 작을수록 가난할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K자’형 회복은 일부 IT 대기업만 K자의 오른쪽 위를 차지해 회복세를 견인하고, 나머지 대부분 업종은 K자의 아래처럼 꺽이는 양극화된 회복세를 말한다. 이 같은 K자형 회복이 급여 수준에 따른 고용 상황, 빈부에 따른 주택 구매 등에서도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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