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는 이달 중순 120W폰 세계 최초 출시
韓 제조사들 “무리한 상용화 지양…기술력 이미 갖춰”
[그래픽=박혜림 기자] |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스마트폰 초고속 충전 시대 선봉장’ ‘세계 최초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UDC) 상용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스마트폰시장 침체에도 ‘기술 굴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초 샤오미가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120W 고속충전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세계 최초로 선보인 가운데 또 다른 중국 업체인 ZTE가 UDC 스마트폰 세계 첫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기술력 선빵’이 매섭다. 중국산 스마트폰은 ‘짝퉁폰’ ‘일회용 폰’이란 말은 그야말로 옛말이다.
ZTE는 다음달 1일 UDC를 장착한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꼽히는 UDC는 말 그대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아래 카메라를 배치하는 것이다. 투명한 디스플레이 뒤에 자리 잡고 있던 카메라가 평소엔 가려져 있다가 사용할 때만 나타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UDC를 적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 전면부에 더 큰 가시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다음달 1일에 출시되는 ZTE Axon 20 5G. 세계 최초 UDC를 적용했다. |
그동안 삼성전자와 화웨이, 샤오미 등 많은 국내외 스마트폰 제조사는 UDC 기술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충분한 빛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카메라의 화질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아 최근까지도 상용화를 선언한 곳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ZTE가 선제적으로 UDC폰 대량 생산을 공언한 것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기술 상용화’ 의지는 고속충전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샤오미는 이달 중순 ‘미10 울트라’를 선보이며 스마트폰에 120W 유선 고속충전을 적용했다. 스마트폰에 120W 충전이 적용된 건 이번인 처음이다. 샤오미에 따르면 120W는 불과 23분이면 4500mAh 배터리를 100% 충전할 수 있는 속도다.
지난달 중국 오포도 120W보다 진일보한 125W 고속충전기술을 발표하기도 했다. 125W는 5분 만에 4000mAh 배터리의 41%를 충전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일단 ‘상용화 속도’에선 중국 제조사들에 한 발 뒤처진 모양새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에 출시될 ‘갤럭시 S21’부터 UDC를 장착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지만 최근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업체 DSCC 선임분석가인 트위터리언 로스 영은 “UDC 생산수율이 턱없이 낮고 재료비가 너무 비싸 삼성전자가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기엔 아직 이른 상태”라고 설명했다.
샤오미 ‘미10 울트라’는 120W 초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
고속충전기술 경우에도 삼성·LG전자 스마트폰 모두 25W. ‘숫자’만 놓고 보면 중국 폰에 한참 뒤처져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선제적으로 기술 상용화에 나서지 않는 이유가 기술력이 아닌 완성도에 있다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상용화를 해도 무리가 없을 기술력은 갖추고 있지만 생산수율 등 여러 측면에서 볼 때 완성도가 떨어지는 제품을 무리하면서까지 출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특히 배터리는 충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화재 위험성이 커지는 만큼 국내 제조사들이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에 4000mAh 이상의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되는 점도 무리한 고속충전 경쟁에 뛰어들 필요가 없는 요인이다. 애플이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 11 프로’도 25W에도 못 미치는 18W 충전을 지원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한국 스마트폰은 이미 기술력을 세계에서 인정받았지만 중국은 후발주자”라며 “무리해서라도 중국 폰의 이미지를 쇄신하겠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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