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개편 차근차근
재일교포 창업주주들
영향은 점차 줄어들듯
카이사르는 기원전 49년 루비콘강을 건넜다. 이탈리아반도를 넘어 지중해와 유럽에 걸친 제국으로 성장한 로마에 새로운 지배구조의 문을 연다. 당시 로마 공화파들에 카이사르는 ‘역적’이었지만, 이후 로마의 황금기를 이끈 이들은 그를 이은 ‘카이사르들’이다. 오랜 지배구조의 변화는 누군가의 결단에서 출발하는 게 보통이다.
신한은행은 1982년 재일교포 주주들의 돈으로 설립됐다. 창립 이후 남다른 관리능력을 바탕으로 외환위기에서도 은행권에서 가장 흔들림이 적었다. 이후 ‘금융권의 삼성’이란 별명을 얻기도 한다.굿모닝투자증권, 조흥은행, LG카드 등을 인수하며 국내 최대 금융그룹으로 성장했고, 오렌지라이프를 품으며 손해보험을 제외한 금융 전 부문을 섭렵하게 됐다. 일찌감치 베트남 진출에 성공해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 성공 모범사례로 꼽힌다.
신한의 아킬레스건은 지배구조다. ‘신한사태’로 불리는 내홍에서 이미 드러났다. 사실 신한뿐 아니라 국내 다른 금융지주도 함께 갖는 고민이다. 창업자본을 대며 최대주주 역할을 해온 재일교포들은 상당수 세상을 떠났거나 고령이다. 이들의 지분 상당 부분이 자녀들에 이어지고 계속 중요한 주주로는 남을 확률이 높다. 다만 과연 이들이 경영의 중요한 방향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최대주주 역할을 계속할 수 있을까.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 |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은 2018년 말 신한은행장을 전격 교체한다. ‘신한사태’의 고리를 끊기 위한 결단이라는 명분이었다. 지난해 말에는 전격적으로 연임에 도전한다. 채용비리 소송 결과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경영안정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과감히 주사위를 던졌다. 특히 주목할 대목이 새로운 주주 영업이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 희석을 감수하고 글로벌 펀드를 유치했다. 올해도 어피니티와 베어링을 영입, 이제 신한지주 최대주주 세력은 재일교포가 아닌 글로벌 펀드들이 됐다.
관심은 올 연말로 쏠린다. 경영진 쇄신과 주주구성 변화 다음은 이사회다. 조 회장은 취임 후 이미 이윤재, 변양호, 허용학 등 자본시장 전문가들을 이사회에 영입했다. 새로 영입된 이들은 모두 회장후보추천위원이 됐다. 2021년에는 박철 이사회 의장뿐 아니라 재일교포 주주들을 대변하는 사외이시들의 법정 재임한도가 잇따라 소진된다. 4명 가운데 2명이 조 회장의 3연임 도전 전에 교체돼야 한다. 한때 손을 잡았던 프랑스BNP파리바 측 이사도 6년의 법정한도에 도달한다. 이사진의 개편이 빠른 속도로 이뤄질 전망이다.
다양한 주주대표들이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이 내려지는 게 중요하다. 주주 간 협조와 견제기능이 분명해야 최고경영자의 독주도 예방될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정부의 민영화 과정에서 과점주주 중심의 이사회가 만들어졌다. 이제 신한지주 차례다. 윤종규 회장의 KB금융 회장 연임,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의 후임과 함께 조 회장이 만들어 낼 ‘대혁신’이 올 하반기 금융권 지배구조 관련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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