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입주권 두 배 넘는 값에 거래
2~3년 후 입주 아파트도 수억 프리미엄
내년 입주물량 감소에 이 같은 현상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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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지난 5월 입주를 시작한 관악구 봉천동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2차’의 84㎡(이하 전용면적)은 지난달 7일 11억8500만원에 입주권이 팔렸다. 신고가다. 지난 연말에는 10억원에 팔렸고, 6월 실거래가는 11억6000만원이었다. 일반분양가는 6억원으로, 입주권은 조합원 물량으로 통상 조합원 분양가가 이보다 낮은 것을 감안하면 상승분이 두 배 가량으로 추정된다. 웃돈만 6억원인 셈이다.
정부가 8·4 공급대책을 통해 매수 수요에게 “청약을 기다리라”고 강조하고 나섰지만, 시장 분위기는 쉽게 돌아서지 않고 있다. 당장 들어갈 수 있는 새 아파트 뿐 아니라 2년이나 3년을 기다려야 하는 곳도 수억원 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8·4 공급대책에도 서울 새 아파트가 ‘귀한 몸’이 되면서, 입주권이 연일 최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일대 부동산. [연합] |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8·4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입주권 거래 가운데 최근 입주를 시작했거나 입주 예정인 거래 13개 단지(거래건 20개)를 집계한 결과, 한 개 단지를 제외한 모든 아파트에서 역대 최고가에 거래됐다.
정부가 일반 분양에 전매제한을 강화하고, 입주권 역시 ‘10년 보유· 5년 거주’ 한 조합원만 양도할 수 있도록 규제에 나서면서 입주 예정 아파트 거래는 크게 줄었다. 그러나 거꾸로 ‘귀한 물량’이 된 만큼 몸값은 연일 상승세다.
실제 8·4 이후 거래된 서울 아파트 입주권 20개는 일반 분양가 대비 평균 5억9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분만 일반 분양가를 넘어선 아파트도 있다. 조합원 분양가로 계산하면 수익률은 더 커진다는 이야기다.
다음달 입주 예정인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힐스테이트 클래시안’은 59㎡가 8월 30일 12억5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 같은 규모 일반 분양가는 5억90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강남권 입주 아파트는 프리미엄만 10억원을 넘겼다. 지난달 말부터 입주중인 개포동의 ‘래미안 강남포레스트’ 102㎡는 지난달 18일 입주를 10여일 앞두고 31억7000만원에 팔렸다. 일반 분양가 18억원 대비 13억7000만원의 웃돈이다. 조합원 분양가는 12억원이었으니 사실상 20억원 가까운 상승이 나타난 셈이다.
분양가의 두 배를 주고 입주권 매매에 나서는 이유는 청약 외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분양분은 사실상 사고팔지 못하고, 조합원 분에서도 까다로운 거주와 보유 요건을 맞춘 물량만 있어 ‘희소성 프리미엄’도 붙고 있다.
올 연말 입주 예정인 성북구 장위동 ‘꿈의숲아이파크’ 59㎡도 지난달 10일 9억7500만원에 입주권 거래가 있었는데, 일반분양가는 4억8000만원으로 이보다 절반 가량이었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서대문구 ‘힐스테이트 신촌’ 55㎡는 지난 2일 11억원에 거래되며 8월 신고가 대비 값이 내린 유일한 단지가 됐다. 그러나 일반분양가가 4억초반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2.5배가 넘는 상승이 나타났다.
내년 1월 입주 예정인 양천구의 ‘래미안 목동아델리체’도 8월 16일 84㎡ 입주권이 15억3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일반분양가는 8억원, 일반분양가 대비 상승률만 91.3%에 달한다. 59㎡는 12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일반분양가(6억원) 보다도 상승분(6억5000만원)이 더 컸다.
강남권에선 당장 들어갈 수 없는 2022~2023년 입주권도 웃돈 수억원이 붙었다. 2022년 1월 입주예정인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 59㎡는 8월 11일 11억8611만원에 입주권이 팔렸다. 일반분양가 5억5000만원 대비 상승률이 116%에 달한다.
개포동에선 ‘개포프레지던스 자이’ 59㎡ 입주권이 지난달 13일 17억7000만원에 팔리며, 일반분양가 13억2000만원대 대비 4억5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입주가 2023년 2월로 무려 2년 이상 남은 것을 감안하면 대출없이 목돈을 투자할 만큼, 새 아파트 입주권은 강력한 매수 유인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이 같은 입주권 인기는 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내년 입주 물량이 크게 줄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13만6336가구로, 올해 입주 물량 18만7991가구보다 5만여 가구 줄어든다. 새 아파트가 없는 데다가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청약 당첨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이란 전망도 입주권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고 있다.
서대문구 힐스테이트 신촌 인근 공인중개사는 “입주권 거래는 등기나 취등록세 등에서 기존 아파트 거래 대비 유의할 점이 많은데도, 관심이 높다”면서 “대단지 새 아파트 가격 상승을 곁에서 지켜보던 이들이 실거주에 투자 가치까지 갖춘 입주 아파트 수요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서울 외곽 및 수도권에 사전청약 6만호를 통한 시장 안정을 꾀하고 있지만, 실제 본청약과 사업 기간을 감안하면 적어도 5~6년 후 입주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새 아파트 희소성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yjs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