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제 하남 감일지구, 본청약까지 8년 넘게 걸려
“하남 교산은 문화재 보고”…매장문화재 나오면 공사 중단·축소
딜레마 빠진 20~30대, 전세 이사할 경우 위험부담 커져
정부가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주요 택지의 사전청약 대상지와 추진일정 등을 발표한 가운데 실제 입주까지 걸리는 기간이 얼마나 될 지를 두고 청약 대기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하남시 교산지구 일대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민상식·이민경 기자] 정부가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주요 택지의 사전청약 대상지와 추진일정 등을 발표한 가운데 실제 입주까지 걸리는 기간이 얼마나 될 지를 두고 청약 대기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보금자리 주택지구인 하남 감일이 사전예약 후 본청약까지 8년 넘게 걸린 사례를 들며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과거 보금자리 주택 때와 달리 이번 사전청약은 ‘토지보상’을 마친 지역에서만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009~2010년 보금자리 주택 사전청약 당시 토지보상 지연으로 본청약이 3년 이상 늦어져 상당수 사람들이 청약을 포기한 바 있다.
착공 후에도 문화재가 발견되거나 교통 대책을 두고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는 등의 돌발 변수로 입주가 수 년간 지연될 가능성도 크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공급이 미뤄지면 사전청약자들이 오랜 기간 무주택 상태로 남아야 하는 등 상당한 불편을 겪을 수 있다며 우려했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기 신도시 중 최근 남양주왕숙·하남교산·인천계양은 토지보상공고를 마쳤고, 올해 말부터 보상협의에 들어간다. 고양창릉·부천대장은 내년 상반기에 토지보상공고를 할 계획이다.
토지보상절차가 비교적 빠르게 진행 중인 인천계양과 하남교산의 경우 보상협의회를 구성한 뒤 감정평가를 거쳐 오는 12월부터 보상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토지보상 등이 끝난 후에 청약을 받기 때문에 사업 지연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사전청약과 본청약 사이의 기간을 1~2년으로 최대한 줄이는 게 목표”라며 “이 때문에 교통계획 등 기본계획이 수립된 이후 사전청약 일정을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제출받은 ‘분양주택 사전예약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2010년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자 1만3398명 중 실제 공급받은 사람은 5512명(41.1%)에 불과했다.
사전청약 당시 발표한 일정보다 본청약이 미뤄지면서 장기 대기자들이 청약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 11월 사전예약을 받은 하남 감일지구 B3·B4블록은 지난해 1월에야 본청약을 진행했다. 당초 2012년 본청약을 받은 뒤 2015년 입주 예정이었지만 토지보상이 늦어지면서 계획이 연기됐다. B3·B4블록의 491가구는 부동산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주택 매수를 미뤄야 했던 셈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 왕숙 지구 일대 모습. [연합] |
본청약을 계획대로 진행하더라도 아파트 건설 과정 등에서 유적이 발견되거나 인근 지자체·주민들과의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
3기 신도시 중에서도 청약 인기가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하남교산은 내년 11∼12월 중 1100가구, 2022년 2500가구 등 3600가구가 사전청약으로 공급된다.
그러나 역사학계에 따르면 하남 교산지구는 문화 유적이 밀집한 문화재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하남시 내 문화유적분포지도 196건 가운데 36.2%(71건)이 교산지구에 위치해 있다.
고고학·역사학·문화재 관련 26개 학회는 지난해 11월 성명을 내고 “교산은 지역 전체에 걸쳐 유적과 유물이 매장되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면서 신도시 건설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공공택지 조성 절차상 매장문화재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공사를 중단하거나 개발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 앞서 하남 감일지구에서 택지개발공사 도중 한성백제시대 고분 50여 기가 발견돼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오는 2022년까지 총 8900가구의 사전청약 물량이 나오는 남양주 왕숙 1·2지구도 하남 미사지구와 왕숙지구를 연결하는 수석대교 건설 방안을 두고 미사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수석대교는 영구적인 교통체증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창무 한앙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기존 주택에 대한 매수세를 안정시키기 위해 사전청약을 시행하려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정권 말기 되면 추진력이 떨어지고 다음 정권이 되면 또 어떻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화재 발견에 따른 공사 지연 등이 종종 있는데, 지금까지 경험으로 초기 계획한대로 공급이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이런 저런 갈등요인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20~30대 젊은층은 사전청약 거주의무요건을 채우기 위해 하남, 남양주, 고양 등으로 미리 이사를 가야 할 지, 집값 상승세가 주춤해진 상황에서 서울 내 아파트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매매할지 등을 두고 고심이 커지고 있다.
사전 청약은 입주를 기다리는 동안 주택을 갖게 되면 당첨 자격을 잃기 때문에 주변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매수할 수 없어 위험부담이 크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주변 시세 대비 30% 이상 저렴할 것으로 예상돼 많은 청약자가 몰려, 당첨 가능성도 높지 않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변 시세보다 40% 싸다고 하니 사전청약 수요가 20만 가구에 이른다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하지만 사전 청약한다고 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리스크를 감안해서 (해당 지역으로 전세 이사를 가는 등)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