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리자 제 이익 챙기기
단기변동성 커질수 있지만
중기 유동성 장세는 계속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한국은 ‘빚투’로, 미국은 ‘옵션투자’로 난리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나, 콜옵션 등 파생상품에 승부를거는 것은 고수익 추구의 전형적 행태다. 안정적 수익보다는 한 몫에 큰 돈을 벌어보겠다는 접근이다. 투자자 뿐 아니다. 기업들도 너도 나도 ‘줍줍’이다. 돈이 넘치니 이 기회에 상장해 한 목 단단히 챙겨보자는 속셈이 빤히 보인다. 이쯤되면 지금 시장을 지배하는 심리는 ‘탐욕’이라 부를 만도 하다.
사실 돈이 풀리고 주가가 오르고, 기업공개(IPO)가 늘고, 이후 매물 출회로 주가가 빠지는 과정은 언듯 익숙하다. 2000년대 초반 IT버블 때 2008년 전 신흥국 호황 때까지는 그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모바일 혁명 이후 양상이 좀 달라졌다. 주가가 급등했으면 급락할 법도 한데, 그렇지 않은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 FAANG은 지난 3월을 제외하면 ‘거품 붕괴’라 불릴 정도의 주가 급락을 거의 경험하지 않았다. 돈이 풀린 이유가 경기회복이 아닌 인위적 유동성 확대인 점이 이전과 다르다.
최근 미국 증시의 콜옵션 부담은 상당할 수 있다. 대규모 파생상품 거래는 현물시장에도 분명 영향을 끼친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FANNG 파생상품에 대규모 투자를 해 ‘나스닥 고래’로 불렸지만, 사실 이 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진 이는 개인이다. 최근 미국의 개인 콜 옵션는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특히 위험관리에 파생상품을 이용하는 기관과 달리 개인들은 주로 투기적 접근을 한다. 기관의 파생상품 거래를 보면 보통 1개월(옵션) 물이나 3개월(선물) 물이 보통이지만 개인들은 열흘 이내가 대부분이고, 심지어 하루짜리 옵션도 거래한다고 한다. 시장 방향에 영향을 준다면 수 조 달러의 패시브 자금의 알고리즘을 자극할 수도 있다. 엄청난 변동성을 내재하고 있는 셈이다. 비대면 거래 시스템과 함께 파생상품에 대한 개인의 접근도 그만큼 쉬워진 결과다.
국내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돈을 빌려 주식을 사면 변동성이 커진다. 그래도 옵션만큼 높지는 않다. 증권사 신융자를 이용해도 반대 매매를 촉발할 정도로 주가가 하락하지 않으면 연쇄반응이 일어나기 어렵다. 그나마 증권사 신용융자는 최근 자기자본 한도가 꽉 차 더 크게 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반 금융기관 대출은 신용융자보다 금리가 낮고 반대매매 위험도 적다. 1억 빌리는 데 연간 300만원 가량이다. 코스피200 인덱스에 투자했다고 치면 75포인트만 올라도 대출이자는 뽑을 수 있다. 주로 코스닥에서 활용됐던 차입매수가 코스피에도 나타나는 이유다. 공매도 금지로 파생상품과 연계한 외국인들의 투자전략도 펼치기 어렵다. 국내 증시 간판 종목들은 실적과 펀더멘털이 튼튼한 데 비해 그간 주가 상승폭은 미국 기술주에 못미쳤다. 변동성은 적고 추가상승 여지는 좀 더 남았으니 차입 매수가 늘어날 만도 하다.
주가가 좀 하락하더라도 당장 돈이 갈 곳이 없다. 코로나19로 빚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어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 경기가 확실히 살아나지 않는 한 상당기간 돈을 계속 풀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자산의 표시 가격은 계속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한 두 차례 시장 출렁임은 불가피하다. 가격부담이 높다는 것은 돈 번 이들이 많다는 뜻이고 차익실현 욕구도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다. 차익실현 과정에서 변동성이 커질 상황에 대비할 필요는 있다.
경제의 가장 큰 걱정은 오히려 양극화다. 이번 장에서 돈을 번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격차가 상당할 전망이다. 한 국가 안에서고 그렇고 세계적으로 주요국과 주변국 간의 격차도 더 벌어질 수 있다. 점차 노동의 가치보다는 자본으로 돈을 버는 경제 구조가 되는 것도 문제다. 부동산도 불로소득이라고 하지만, 주식투자도 전통적 노동으로 돈을 버는 구조는 아니다. 돈이 돈을 벌게 되면 양극화 해소는 요원해진다. 경제불평등 심화가 가져올 심각한 부작용을 경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