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내년 백신 보급으로 기세가 꺾인 뒤 2022년 종식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올해 가을 이후로 다시 사망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게이츠는 15일(현지시간) 아내 멜린다와 함께 설립한 민간 자선단체인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매년 발간하는 '골키퍼스 보고서'(Goalkeepers report)와 관련해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반구의 가을이 어떤 모습이 될지에 관해 비관적이다"라면서 "우리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사망률이 봄과 같은 수준으로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임산부 및 유아 사망률부터 기아, 교육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표들이 수십년간의 개선 끝에 다시 역행하고 있으며, 이는 코로나바이러스 자체보다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게이츠는 "우리는 25년 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바이러스의) 직접적 영향보다는 간접적인 영향으로 인해 상당히 많은 생명을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게이츠는 그러나 코로나19가 가져온 장기적인 손상에도 불구하고 백신과 국가 간 협력을 통해 최악의 상황은 2년 이내에 지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내년 여름까지 전 세계에 백신이 공급될 것"이라며 "60% 수준의 백신 접종으로도 기하급수적인 질병의 확산을 거의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내년은 우리가 숫자를 기하급수적으로 줄이는 해가 될 것이며, 2022년에는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이츠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악영향은 글로벌 협업을 통해서만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위기에 (단일) 국가적 해법은 없다"면서 "모든 나라가 함께 협업해 팬데믹을 끝내고 경제를 재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미국이 백신을 찾기 위해 다른 모든 나라가 합친 것보다 많은 재원을 투자하고 있다며, 이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신속히 검사를 시행하고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영국 역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CoV-1)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경험을 통해 검사 역량 구축과 신속한 개입에 나선 한국과 대만처럼 잘 대응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게이츠는 "영국과 미국은 왜 다르게 행동했는지 되돌아봐야 할 많은 것들이 있다"면서 "이를 통해 다음 팬데믹이 왔을 때 좋은 검사 역량 구축과 함께 신속한 반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경우 코로나19 중증환자 사망률을 낮춰주는 스테로이드 덱사메타손 등을 발굴하는 등 임상시험과 관련해 훌륭한 기관을 갖고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게이츠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탈퇴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이 자기 모순적이며 역설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큰 아이러니는 'WHO가 특정 국가와 강력한 관계를 갖고 있느냐'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그렇다. 그 나라는 미국'이라는 점"이라며 "WHO가 미국과 연관된 만큼이나 다른 유엔 산하 기구 중 단일 국가와 관련된 기구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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