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비대면 활동이 급증한 만큼 통신비는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지원해드리는 것이 좋겠다.”(9월 9일 청와대 간담회)
정부와 여당이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일괄 지급하기로 결정한 근거는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대면 활동이 크게 늘었으니 기반 서비스인 통신 사용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1인당 2만원씩 지급하자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비대면이 중심 트렌드가 된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비대면 활동으로 통신 사용량도 급증했을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매달 발표하는 무선 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7월 사용량은 68만7348TB(테라바이트)다. 지난해 7월 대비 29.2% 증가했다.
반면 2018년 7월 대비 지난해 7월 무선 데이터 트래픽은 35.3% 늘어났다. 당장 7월 사용량만 놓고 보면 최근 2년 동안 증가폭은 올해보다 지난해가 더 컸다. 비대면 활동이 많아지고 있어도 예년에 비해 통신 사용량이 급증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올해 4월까지 무선 데이트 트래픽 추이도 들쑥날쑥하다. 1월 60만8328TB에서 2월 58만4027TB로 감소한 뒤 3월 63만9468TB에서 4월 58만3398TB로 다시 줄었다. 4월 이후로는 7월까지 증가 추이를 보인다.
과기부도 통신 사업자들과 인터넷 트래픽 동향을 점검한 결과, 8월 인터넷 트래픽은 코로나19가 유행한 지난 3월과 유사(최고치 기준 -3~5% 증감)하다고 밝혔다. 인터넷 트래픽은 사업자들이 보유한 용량의 40~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비대면 급증이 곧 데이터 사용량의 폭발적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통신비를 지원할 만큼 통신 서비스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아지지 않은 것이다. 설령 최근 월별 사용량이 늘었다고 해도 매달 정액제로 데이터 무제한 등의 상품을 이용하는 만큼 통신비 부담으로 직결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통신 서비스 지출은 올해 1분기, 2분기 각각 전년 동기보다1.4%, 1.8%씩 감소했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도 휴대전화료는 올해 1월 94.23에서 지난달 93.58로 떨어졌다. 2015년 휴대전화료로 10만원을 지출했다면, 지난달 9만3580원을 냈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러니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아예 재검토를 권고했다. 예산정책처는 단시간에 사업계획이 수립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1인당 통신비 2만원 지원에 들어가는 예산만 9300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는 점도 비난을 키웠다. 막대한 예산을 단 한 번에 소진할 만큼 통신비 보조가 절실하지 않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혜택을 제공받는 다수 국민조차 환영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미 여론도 싸늘하다. 리얼미터가 YTN 더뉴스 의뢰로 조사한 결과 통신비 2만원 지원 관련 ‘잘못한 일’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58.2%로 ‘잘한 일’이라고 답한 사람(37.8%)을 압도했다.
퍼주는 정책엔 늘 ‘포퓰리즘’ 비판이 따랐다. 하지만 이번 통신비 2만원 지원은 주고도 욕먹는 수순으로 흘러가고 있다. 결국 대중의 인기마저 얻지 못한 일회성 ‘선심정책’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