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부터 ‘블록체인’ 활용 주주명부·펀드관리 서비스
위·변조 봉쇄, 정보 추적으로 스타트업 신뢰도 확보
누적 가입자 20만명…월간활성이용자 수 10만 육박
통일주권 미발행종목 거래 확대…투자 활성화 전망
이성현 두나무 핀테크 사업실장 [두나무 제공] |
#1. 신규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인 A스타트업. 요즘 최대 고민은 개발 인력 확보다. 우수 인재들에게 스톡옵션을 제안해도 옵션 행사나 주식 매도가 쉽지 않다며 영입 제안을 고사하고 있다.
#2. 벤처투자사 자문을 맡고 있는 B기업은 스타트업 투자 성과 분석에 고심 중이다. 성장 잠재력이 커 투자를 진행했지만 수익률을 꼼꼼히 관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해당 스타트업 기업가치가 올라도 주식을 거래할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장기적 관점에서 IPO(기업공개)만 바라보고 있다.
‘투자유치’와 ‘인력확보’는 모든 스타트업의 공통 ‘숙원과제’다. 자금과 인재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가 튼튼히 굴러가야 스타트업이 성장한다. 최근 언택트(비대면) 확산에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이 절호의 도약 기회를 맞은 가운데, 투자와 인재에 대한 스타트업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대부분이 여전히 ‘비상장’에 발목을 잡혀 있다. 유가증권시장 만큼 거래가 활성화돼 있지 않고 관리와 운영 측면에서 신뢰와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인식에, 비상장 스타트업들은 투자와 인력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핀테크 업계에서 솔루션을 내놓고 있다.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위·변조를 원천 봉쇄하고 정보를 추적해 신뢰와 투명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블록체인을 도입해 비상장 주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스타트업 성장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이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가장 각광 받는 방식은 블록체인 기술로 비상장 주식 거래 규모와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블록체인·핀테크 전문기업 두나무는 오는 11월 비상장 주식투자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다. 주주명부의 입력과 조회, 변경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블록체인 기반 주주명부관리시스템 서비스를 선보인다. 또 신주발행이나 구주거래, 액면분할 등 주식 발행 및 변동 내역 관리와 스톡옵션 관리, 주주 커뮤니케이션 등도 지원한다. 나아가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까지 더해 통합 증권 및 펀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을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접목해 본격적으로 통일주권(예탁, 거래가 자유로운 주권) 미발행 종목의 거래를 뒷받침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는 국내 비상장 기업 중 통일주권이 발행된 대부분의 종목(약 4800여 개)을 거래할 수 있다. 여기에 통일주권 미발행 종목으로 ‘거래 확대’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두나무 관계자는 “국내 비상장 기업의 거의 대부분은 통일주권을 발행하지 않은, 일명 비통일 주권 기업”이라며 “주주명부를 기업이 개별 관리하다 보니 관리가 어려울 뿐 아니라,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의 실재와 소유권 이전 여부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켓컬리, 야놀자 등 대중에게 친숙한 스타트업들도 통일주권 미발행 기업이라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두나무는 블록체인 기반 주주명부관리시스템으로 이를 개선할 예정이다. 기업과 기관투자자의 거래 편의를 높여 통일주권 발행 여부와 관계없이 비상장 주식 거래 전반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궁극적으로 스타트업이 자금을 원활히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기존에 스톡옵션 행사 또는 구주 거래가 마땅치 않아 현금화에 어려움을 겪던 임직원들도 향후 보유 주식 거래가 가능해질 것으로 두나무는 전망했다.
두나무 관계자는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출시 당시부터 국내 최초 비상장 주식 통합 거래 플랫폼을 목표로 했고, 비상장 기업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단계적인 발전을 이어오고 있다”며 “스타트업이 본연의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코스콤도 결제부터 주주명부 관리까지 비상장 주식 거래를 원스톱으로 관리할 수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 ‘비 마이 유니콘’을 출시했다. 코스콤 역시 통일주권 미발행 기업들과 투자자 등을 주력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니콘 기업이 대거 등장할 수 있도록 벤처 스타트업의 마중물 역할이 목표다. 단, 현재 통일주권 발행 기업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 코스콤 관계자는 “투자를 받을 대상 기업과 투자자 리스트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비상장 주식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어 블록체인 기술 결합은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거래 건수는 이달 3일 기준 2만 건을 돌파했다. 지난 7월 22일 서비스 출시 약 8개월 만에 거래 1만 건을 기록한 데 이어 한 달 반 만에 1만 건이 추가됐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올 초 1만 명 대 수준에서 지난달 9만3000명까지 증가했다.
신규 가입자도 꾸준히 늘어 7월 10만 명이던 누적 가입자 수는 현재 20만 명을 돌파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최종적으로는 IPO를 내다보고 기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로 가는 길목에서 적정 시기에 투자를 유치하고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경영에 필수”라며 “비상장 주식과 블록체인이 결합해 투자 시장을 활성화한다면 스타트업계에 큰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