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업 넘나들며 新영토 확장
데이터 발판 포털·메신저 타고
금융·쇼핑까지 지각변동 주도
“인터넷 공간에 현존 최고층 건물이 존재한다면 이는 네이버와 카카오 둘 중 하나가 세운 것”
국내 인터넷 양강 기업 네이버·카카오의 고공 행진이 거침없다. 극강의 플랫폼 경쟁력을 무기로 전 산업을 넘나들며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 시대 최대 자산인 데이터를 발판 삼아 그 위로 가공할만한 서비스를 연이어 쌓아 올리고 있다. 검색 포털과 모바일 메신저는 허리 역할을 하면서 신규 사업을 수직 증폭시키고 있다.
그 결과 현 시대 웬만한 콘텐츠는 네이버, 카카오를 통하게 됐다. 금융과 쇼핑 지형도는 네이버와 카카오에 의해 송두리째 바뀌었고, 어느덧 기업 고객마저 빨아들이는 강력한 블랙홀로도 변모했다.
급기야 비대면이 산업의 중심 트렌드가 되면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날개까지 달았다. 머지않아 자율주행, 로봇, 원격의료 등의 분야까지 네이버와 카카오가 깊숙이 발을 들일 경우 이들의 장악력은 상상을 초월할 전망이다. 사실상 한계가 없는 수직 상승으로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른바 IT판 ‘바벨탑’을 세우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무한 확장은 단순 문어발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데이터-클라우드-플랫폼-소프트웨어로 이어지는 종적 기술 체계를 바탕으로 외연을 키워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네이버와 카카오는 거대한 데이터를 관리할 데이터센터 확충에 나섰다. 네이버는 다음달부터 세종시에 제2 데이터센터를 본격 건설한다. 네이버는 최근 비금융사 최초로 금융데이터거래소에 데이터를 등록하며 데이터 개방도 시작했다. 데이터 비즈니스의 첫 시동이다. 카카오도 4000억원을 들여 2023년 준공을 목표로 첫 데이터센터 건설에 착수했다.
이어 데이터 이동의 핵심 가교 역할을 하는 클라우드도 동시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은 기업용 클라우드 시장 확대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NBP는 올해 연매출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업무용 카카오톡을 선보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도 연내 '카카오 i 클라우드'를 내놓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데이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는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기본 발판이다. 앞으로도 여기 위에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무수히 많은 신규 서비스가 채워질 전망이다. 국내 검색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 포털 플랫폼, 52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최대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 카카오톡은 각각 양사의 서비스를 쌓아 올리는 데 있어 최대 경쟁력이다.
플랫폼 위에 놓여진 현재 서비스들은 더 고도화되고 새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 카카오가 한참 키우고 있는 금융, 쇼핑, 결제 등의 분야에서 기존 서비스는 시작에 불과하다. 위력적인 데이터, 플랫폼을 발판 삼아 서비스는 더욱 정교하고 개인화되고 있다. 이미 네이버는 중소상공인(SME)을 특정한 대출·보험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고, 카카오페이도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급성장 중인 콘텐츠 시장에서도 네이버, 카카오의 파급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이유는 단순 유통 경쟁력 때문만은 아니다. AI(인공지능)가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하고,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등을 접목한 새로운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이들의 입지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융합 산업 에서 네이버랩스, 카카오브레인 등의 연구 결과물이 상용화될 시기 자율주행, 로봇 등의 분야로도 양사 영향력은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지속해서 신규 서비스를 쌓는 수직 상승 과정에서 각종 개선점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미 시장 지배력 남용, 콘텐츠 선정성, 플랫폼 균형, AI 정확성 등으로 여러 논란을 낳았다. 이에 대해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네이버, 카카오 등은 혁신의 패러다임으로 고속 성장했지만, 이면에는 고객과 협력사, 업계 지위 등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을 맞았다"며 "향후 상생의 측면에서 거듭나는 기업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주요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