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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개월만에 반등한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부동산360]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 53.6% 전월보다 상승
2016년 6월 75.1% 정점...올 8월까지 줄곧 하락
전세가율 계속 오르면 ‘갭투자’ 여건 좋아져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전셋값이 오르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움직이는 지표가 있다.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인 ‘전세가율’이다. 주택의 사용가치를 나타내는 전세가격이 투자가치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좌우되는 매매가격과 비교해 어느 수준인지 보여주는 지표다.

남산서울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시내[헤럴드경제DB]

9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3.6%로 전달(53.3%) 보다 0.3%포인트(p) 올랐다. 이로써 지난 2016년 6월 75.1%로 정점을 찍고 줄곧 하락하던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51개월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전세가율은 집값 상승기엔 떨어지기 마련이다. 집값 오름폭이 전셋값 상승폭보다 크기 때문이다. 전세입자도 매매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전세 수요 자체가 줄어 전셋값은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이게 지난 2016년 6월 이후 최근까지 서울 아파트 시장에 나타난 현상이다.

반대로 매매 시장이 침체를 겪고 전셋값이 오르기 시작하면 전세가율은 상승한다. 집값 오름세가 주춤한데, 전세 수요가 늘면서 전셋값이 뛰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가율 반등은 서울 뿐만 아니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전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기도 아파트 전세가율은 9월 69.9%로 7월(68.5%)을 최저점으로 8월 68.7% 등을 기록하며 2개월 연속 올랐다.

인천 아파트 전세가율도 9월 71.4%로 전월(71.0%) 보다 0.4%p 뛰면서 반등했다.

요즘은 3기신도시 주변에 전세가율이 많이 오른다. 시세보다 싼 분양 아파트 당첨을 위해 해당지역 전세 거주가 늘면서 전셋값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하남시가 대표적인데, 하남 아파트 전세가율은 9월 66.0%로 지난 4월 최저점(61.0%)을 찍고 계속 오르고 있다. 남양주시도 지난 7월 69.5%까지 하락했다가 상승세로 전환해 71.4%까지 뛴 상태다.

전세가율은 집값 흐름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전세가율이 많이 오르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늘면서 집값이 오른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75%였던 때는 집값의 25%만 있으면 전세를 끼고 서울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 2016년 이후 갭투자가 늘어난 배경이다.

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서 ‘전세가율 60% 법칙’이 회자되던 때가 있었다. 전세가율이 60%를 넘으면 집값이 오른다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60%를 넘었던 때는 2000년 4월부터 2002년 8월까지 29개월, 2013년 10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61개월 뿐이다. 조사 이래 90개월을 제외한 172개월은 60% 미만이었다.

실제 전세가율 60% 넘었던 때 서울 아파트값은 폭등했다. 2000년 4월~2002년 8월 사이 서울 아파트값은 50.32% 올랐고, 2013년 10월부터 2018년 10월까진 32.31% 뛰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 53.6%는 역대 기준 평균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이 전세가율을 조사하기 시작한 1998년 12월부터 올 9월까지 262개월 동안 월 평균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5.3% 수준이다. 전세가율로 따지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세가격에 비해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40% 밑으로 떨어진 시기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1월 38.2%까지 내려갔다. 전세입자가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보증금 말고도, 집값의 60% 이상 대출을 해야 했다. 전셋값에 비해 집값이 너무 많이 비쌌다.

전문가들은 전세가율로 집값에 낀 ‘투기 수요’, ‘거품’을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전세가율 75%일 때와 38%일 때 중 어느 쪽이 집값 거품 가능성이 클까. 당연히 38%일 때다. 주택의 사용가치에 따라 움직이는 전셋값에 비해 집값이 지나치게 높다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한 뉴타운 정책 등으로 너도나도 집을 사려는 수요가 대거 몰려, 단기간에 집값이 폭등했던 게 역대 가장 낮은 전세가율의 원인이 됐다.

반등을 시작한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앞으로도 계속 오르면, 매매 수요로 돌아서는 사람들이 늘기 마련이다. ‘고공행진’하는 전세에 지쳐 집을 사려고 마음먹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실제 전셋값에 조금만 보태면 집을 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전세가율 추이는 집값을 예측하는 또 하나 변수로 작용한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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