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현실화하고 있다. 기업과 사회가 고민하는 문제의 중심 역시 ‘얼마나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촉발된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리의 삶과 대응방식이 일상적인 접촉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대면 의사소통에 익숙한 한국인에게도 원격수업, 재택회의 등의 영상 기반 의사소통이 초기의 어색함을 넘어 이제는 일상의 ‘뉴노멀’로 자리잡고 있다.
국가 경제는 디지털 뉴딜로 경제 회복과 나아가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디지털 근간기술에 기반한 선진 사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비디오 커뮤니케이션 회사 줌(Zoom)은 디지털 환경에서 기록적인 성장을 거두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설립된 지 9년밖에 안 된 이 회사는 1년 만에 시가총액 140조원 규모로 5배 이상 성장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30배 증가한 일일 사용자 수의 변화를 감당했다는 점이다. 서비스 체계의 탄력성을 짧은 기간 내에 갖춘 덕분이다. 줌의 CEO인 에릭 유안은 타협 없는 보안기술과 안정된 성능이 보장된 클라우드 인프라를 배경으로 꼽았다. 기업의 클라우드 활용은 이제 고성능 컴퓨팅(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분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HPC는 연산문제를 풀기 위해 고성능 컴퓨터 자원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하나의 슈퍼 컴퓨터처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필요한 인프라 확충과 자본적 지출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진출, 조달 시간 단축 노력 등이 요구된다. 클라우드 HPC가 이런 민첩성의 확보를 가능하게 했고, 단일 회사가 감당해야 할 책임을 분산시켰다.
선진기업의 경우 이전에는 연구개발 분야에서 회사 내에 자산을 보유하고 최적화하는 방식을 채택했지만, 이제는 클라우드 HPC 도입을 통해 개발기간의 단축효과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업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맞춰 국내 선도기업들도 생명공학과 금융공학 등 첨단분야를 중심으로 도입을 점차 늘리는 추세다. 초당 41경5500조번의 연산 속도를 자랑하는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이화학연구소의 슈퍼컴퓨터는 올해 6월 세계 최고연산속도를 탑재한 컴퓨터로 국제 공인을 받았다. 세계 2위 컴퓨터 대비 2.8배나 빠른 속도다. 이 슈퍼컴퓨터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 후보 물질 수십 종을 발견하는 성과를 냈다.
변화에 상관없이 불변의 가치를 지켜내는 것, 바로 ‘민첩성 (Agility)’이라는 가치와 디지털 인프라 활용에 대한 발상의 전환으로 비즈니스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이는 우리 기업들에도 마찬가지다. 세계적 수준의 제조업과 정보통신 인프라 및 역량을 갖춘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이제는 클라우드를 토대로 한 디지털 체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디지털 체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뼈대가 튼튼한 집이 잘 무너지지 않는 것처럼, 차근차근 쌓아 나간 디지털 체력은 뉴노멀의 시대에 미래 청사진을 완성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것이 곧 미래의 국가 경쟁력으로 탄탄히 자리매김할 날을 기대해본다.
탐 송 한국오라클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