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임박
‘어떠한 일로 이득을 보는 자가 있으면 그자가 꾸며낸 것이다(事起而有所利 其尸主之)’
한비자 내저설(內儲設) ‘유반(有反)’의 가르침이다. 이를 좀더 응용하면 어떤 현상에서는 이익을 보는 쪽과 그렇지 못한 쪽이 나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에겐 호재가, 다른 이에겐 악재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이해관계를 잘 읽으면 투자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롱/쇼트(long/short), 짝매매(pair trading) 등의 헤지펀드 전략이 대표적이다.
국내 증시 투자자에 관심을 끌만한 재료가 두 가지 발생했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메모리반도체 부분 인수, 그리고 현대・기아차의 엔진 품질보증 관련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다.
SK하이닉스는 인수한 자산의 수익성이 높지 않고, 10조원의 자금부담이 크다는 비판론과, 시장장악력 확대로 장기적으로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옹호론이 팽팽하다.
현대・기아차는 고질적인 엔진 품질 문제가 또 터진데 대한 실망감과 함께, 정의선 회장 체제 전환에 즈음해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과감한 부실정리(big bath)라는 기대감이 맞선다.
어느 한쪽이 옳다고 단정짓기 어렵다. 증시에서 관련주 반응을 보면 무게추는 비관론 쪽에 가깝다. 하지만 SK하이닉스와 현대・기아차의 이번 재료로 상대적 수혜를 보는 쪽은 확실이 존재한다.
우선 SK실트론이다. 반도체용 웨이퍼를 생산하는데 글로벌 점유율(2019년말 기준)이 11.2%다.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과 비슷하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난 2018년 이후 실적이 부진한데, 이번 딜로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 납품처 확대에 따라 수혜를 볼 수 있다. SK실트론은 기업공개(IPO)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SK가 51%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태원 SK회장도 간접적으로 상당한 자본 투자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글로비스다. 정의선 회장 체제 출범으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역시 곧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 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23.3%)을 가진 회사가 현대글로비스다. 이번 충당금 재료와도 관련이 거의 없다.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많이 오를수록 정 회장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선택지가 넓어진다. 최근 현대・기아차가 중고차사업 진출을 선언했는데 이와 깊이 연관된 곳이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오토에버다. 정 회장은 현대오토에버 지분 9.57%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정 회장과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이 각각 11.7%에 이르는 만큼 상장으로 시장가치가 형성되면 지배구조 개편에 중요한 열쇠가 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