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털·인공지능(AI) 등 IT업계를 구분하는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제는 게임업체가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금융업에 진출하고, 인터넷 기업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부터 미용실 중개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산업 간 경계를 허문 대표적인 회사가 NHN이다. NHN은 게임회사로 시작했다. NHN은 2000년대 초 한게임 포털을 운영하면서 대한민국 대표 PC 웹보드 게임사로 자리잡았다. 2013년 네이버와 분할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게임 매출이 전체의 90%에 육박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모바일게임 중심으로 시장이 변화하고, ‘바다이야기’를 시작으로 웹보드 게임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하면서 게임 사업 일변도 구조는 전망이 밝지 않았다.
이에 NHN은 사업의 다각화로 성장을 꾀했다. 현재 NHN의 주력 사업 분야는 게임, 결제, 광고, 이커머스, 기술·클라우드사업 등 5개 분야다. 여기에 공연, 웹툰, 음악, 여행, 교육, 업무툴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지난해 NHN의 게임 외 매출 비중은 74%에 달한다. 종합 IT회사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보유한 계열사만 88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모빌리티 스타트업 코드42와 손잡고 모빌리티 플랫폼 개발까지 나서며 모빌리티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에 대해 정우진 NHN 대표는 “지금은 서로 다른 업종 간에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기 위한 경쟁으로 완전히 판이 바뀌었다”며 “게임 유저의 시간을 음악, 여행, 동영상 등이 가져가는 마당에 모든 영역을 아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기업 중에서 사업 다각화를 한 대표적인 기업은 카카오다. 카카오는 현재 계열사 100개를 거느린 국내 최대 종합 IT기업으로 성장했다.
카카오는 현재 메신저플랫폼인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금융, 결제, 모빌리티, 게임, 엔터테인먼트, 투자, 웹툰, AI 등을 큰 거점 기술로 활용하고 있다. 그밖에 플랫폼이 필요한 많은 영역에서 사업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는 소비자와 접점이 있는 B2C 영역에서 종횡무진 하고 있다. 미용실과 네일샵을 중개하는 ‘카카오 헤어샵’, 대리기사를 중개하는 ‘카카오대리’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게임 쪽에는 엔씨소프트가 있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사 중 가장 AI에 과감한 투자를 해오고 있는 기업이다. 엔씨소프트는 2011년부터 AI센터를 만들어 5개 연구소를 운영하며 AI를 연구 중이다. 연구인력만 200명에 달한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AI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금융산업에 진출했다. 증권사,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증권사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국내 게임사로는 최초 사례다.
지난 4월에는 기사를 쓰는 ‘AI 기자’를 상용화하기도 했다. 머신러닝 기반의 AI로 작성되는 기사 작업 방식으로는 국내 처음이다. AI가 일기예보 데이터와 한국환경공단의 미세먼지 자료를 파악하고 스스로 기사를 작성한다.
채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