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플리스 매출 260% 증가
-모자·가방 등 상품 종류 다양해져
버버리의 ‘다이아몬드 퀼티드 팬넬 체크 플리스 자카드 재킷’ [버버리 공식 홈페이지] |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플리스(fleece)’ 재킷을 내놨다. 천연 양털과 폴리에스테르 소재를 섞은 뽀글뽀글한 ‘다이아몬드 퀼티드 팬넬 체크 플리스 자카드 재킷’은 178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10개 사이즈가 모두 품절됐다. ‘모노그램 모티브 플리스 재킷’(195만원)도 10개 사이즈 가운데 7개 사이즈가 모두 팔렸다.
아웃도어 트렌드로 시작해 명품까지 접수한 플리스의 몸값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수시로 바뀌는 패스트 패션의 영향에도 ‘반짝 인기’를 누리는 데 그치지 않고 매년 패션계를 휩쓸며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저렴하고 투박한 소재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명품부터 저가 브랜드까지 신상품으로 출시하는 고정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캐주얼·스포츠 브랜드 할 것 없이 모두가 플리스만 찾고 있다”고 말했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프리미엄 테크 플리스’ [디스커버리 제공] |
롱패딩의 시대가 저물고 플리스의 시대가 왔다. 10년 전 겨울을 대표하는 소재는 모피였으나, 몇 년 전부터 고가의 다운 소재로 트렌드가 옮겨가더니 재작년부터 플리스가 급부상했다. 전통을 새롭게 즐기는 ‘뉴트로’(new-tro) 열풍에 편안하고 실용적인 의류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더해져 인기의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다. 플리스는 ‘양에게서 깎아낸 양털’ 혹은 ‘양털 같이 부드러운 직물’을 뜻한다. 최근에는 후자의 의미로 쓰인다.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10월 2일~11월 1일) 플리스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290% 증가했다. 세부 품목별로는 플리스맨투맨(520%), 플리스조끼(36%), 플리스 재킷(19%) 순으로 늘었다. 반면 롱패딩 매출은 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옥션에서도 플리스 전체 매출은 45% 뛰었다. 마찬가지로 플리스맨투맨(230%), 플리스조끼(32%), 플리스 재킷(10%) 순으로 증가했다. G마켓 관계자는 “패션 업체들이 다양한 종류의 플리스 신상품을 쏟아내면서 관련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휠라의 ‘EXPLORE 샤코슈백’ [휠라 공식 홈페이지] |
올해 플리스가 패션 업계에서 가장 ‘핫’한 상품으로 떠오르면서 아웃도어 브랜드뿐만 아니라 스포츠·캐주얼 브랜드까지 모두 플리스 신제품을 대표 제품으로 밀고 있다. 기존에는 주로 아우터로 제작됐던 플리스가 이제는 가방·신발·모자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돼 출시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플리스는 신선한 소재로 인식돼 여러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올해 플리스 상품 37종을 출시했다. 상품 종류를 전년 보다 50% 늘렸다. K2도 지난해 20종이던 플리스 제품을 올해 40종으로 2배 늘렸다. 지난 8월1일부터 이달 1일까지 매출이 전년 대비 160% 증가했다. 네파는 플리스 상품 수를 전년 대비 325%, 생산 물량을 300% 늘렸다. 휠라도 제품 수를 작년 15종에서 19종으로 26% 확대했다. 플리스로 만든 미니 크로스백 ‘샤코슈백’의 인기가 특히 좋다.
캐주얼·여성복 브랜드도 합류했다. 캐주얼 브랜드 스파오는 지난해 판매량이 높았던 플리스 집업을 집중적으로 생산하기로 했다. 지난달 마지막 주에만 5만장을 판매했다. 닥스는 올해 처음으로 플리스 점퍼를 출시했다. 지난 9월에 내놓은 1차 물량을 2주 만에 완판해 지난달 예약판매 및 리오더를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주로 쓰였던 플리스가 이제는 캐주얼·고급 브랜드에서도 활용되고 있다”며 “플리스는 지난해 롱패딩의 대체제로 자리 잡은 데 이어 올해 인기의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dod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