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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디지털 저니…종착지는 결국 ‘사람’

IT업계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 중 ‘디지털 저니(Digital Journey)’가 있다. 모든 것을 디지털로 바꾸는 과정이 먼 ‘여정’을 떠나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각종 기술을 전 분야에 적용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고, 오랜 기간 굳어진 유·무형의 것들을 뜯어고쳐야 해 도전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생존 나아가 성장을 위해 기업들에 디지털 저니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수년 전부터 기업들이 추진해 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도 디지털 저니의 일환이다. 통신사들은 ‘현재의 통신사’이기를 거부한다. 자동차 기업은 실제 도로가 아닌 디지털 세상으로 달리고 있다. 금융권도 꽁꽁 쥐고 있던 데이터를 하나 둘 개방하며 확장에 나섰다.

디지털 저니의 첫발은 신기술을 들이는 것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5G(세대) 등이다. 기술력을 보유한 전문 기업들과 손잡거나 투자를 통해 기술을 직접 개발할 수 있다.

문제는 기술을 도입해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서말인 구슬을 꿸 사람이 없거나 꿰는 방법조차 준비가 안 된 경우가 많다.

글로벌 인사 및 재무 관리 기업 워크데이가 국내 90개 기업 대상 조사한 결과, 71%는 직원 중 절반 이하만 디지털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응답했다. 90%는 직원 전문성 강화 교육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이로 인해 88%는 재무 기획 및 예산 재편성 등의 전략 수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목요대화’에서 인력 수급 문제를 토로했다. 한 대표는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의 데이터 분석 인력 규모를 봐도 (국내와의) 차이가 심각하다. 미국은 수백, 수천명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길러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 대표 또한 “데이터를 이해하고 가공·분석·적용하는 부분은 아직 AI가 못하는 부분으로, 인력을 보강하지 않으면 너무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력의 양적 문제를 넘어 조직원들이 일하는 방식, 문화, 사고 등 정성적 부분을 개선하는 것 또한 당면 과제다.

앞서 디지털·클라우드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한 ‘디지털&클라우드 리더스 밋업’에서도 이 같은 고민이 엿보였다. 현신균 LG CNS DT 이노베이션 사업부 부사장은 “2~3년에 걸쳐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는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일단 해보자’라는 전략이다. 결과를 보며 대응하는 것은 그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황재선 SK디스커버리 디스커버리랩 담당은 “PC조차 이용하지 않던 직원들에게 PC는 물론 협업툴까지 사용하도록 업무 방식을 바꿔야 했다”고 말했다.

더 큰 변수는 코로나19로 더욱 기업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글로벌을 삼킨 언택트가 디지털 저니에 모터를 달았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도 “2년이 걸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2개월 만에 이뤄졌다”고 말할 정도다. 속도전은 기본이고, 관건은 사람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디지털을 잘 이해하고, 유연하게 사고하며,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에 성패가 갈리고 있다. 이를 모두 충족해야 비로소 긴 여정도 마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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