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자에 손잡이 만들면 하중 10% 이상 감소”
-올해 택배노동 과로사 13명 기록
택배노동 고충 절감 정책에 따라 7㎏ 이상 우체국 소포상자에 구멍을 내 손잡이를 만든 모습 [과기부 제공] |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정부와 여당이 택배노동 고충 절감을 위해 7㎏ 이상 우체국 소포상자에 구멍손잡이를 만들기로 했다. 정부는 하중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올 한해 택배과로사로 13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실정 속에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우정사업본부는 23일부터 구멍손잡이가 있는 우체국소포상자 판매를 시작했다. 소포상자 수요가 많은 수도권과 강원지역 우체국에서 먼저 판매하고, 내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체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소포상자는 총 6종으로, 구멍손잡이는 7㎏ 이상 고중량 소포에 사용하는 5호 소포상자에 만들었다. 지난해 우체국에서 판매한 7㎏이상 물품에 사용한 소포상자는 370만개이다. 재질도 원지배합을 강화해 고중량 적재에도 파손되지 않도록 내구성을 보강했다고 과기부는 설명했다.
이날 과기부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마트 노동자 근골격계 질환 실태조사’를 인용, 상자에 손잡이를 만들 경우 중량물 하중의 10% 이상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구멍손잡이 소포상자는 비대면 경제활동으로 택배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업종의 노동자들의 고충을 덜어주는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정부 여당은 특수고용노동자 등 기존 제도의 사각지대를 확실히 줄여나가기 위해 열악한 노동자들의 근로실태 점검 및 지속가능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이날 구멍손잡이 소포상자를 판매하는 서울중앙우체국에는 최기영 과기부 장관,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박종석 우정사업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소포상자에 구멍을 내는 정책만으로는 반복되는 택배 노동자 과로사를 막을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우정노조도 중노동 과로로 사망한 집배원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며 사상 첫 파업을 가결해 초유의 물류대란 직전까지 갔었다.
최기영 과기부 장관은 이날 소포상자를 들고 옮기는 체험 뒤 “택배노동의 수고를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서 착안한 이번 우체국 소포상자가 모범사례가 되면 좋겠다”면서 “정부기업인 우체국에서 선도적으로 도입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며, 유통, 물류 현장 전반에 확산돼 여러 종사원의 고충이 조금이라도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killpa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