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아이폰12 나와도 파리만 날려요 ㅠㅠ”
휴대전화 오프라인 판매대리점이 울상이다. 아이폰12 등 플래그십 모델 출시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발길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 중저가 스마트폰만 겨우 팔리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판매 순위권 내 중저가폰 비중이 절반 안팎이다. 예전처럼 고가의 플래그십 모델 출시가 판매대리점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2일 국내 시장조사업체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지난주 판매대리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폰은 LG유플러스향의 삼성전자 갤럭시A31이었다.
지난 9월 오프라인 판매 1~2위를 오간 이후 약 두 달만에 다시 1위에 올라섰다.
갤럭시A31를 포함해 지난 주 오프라인 판매 10위권 내 중저가폰만 5종. 지난 주 공식판매에 돌입한 애플의 아이폰12 미니·프로맥스는 순위권에서 자취를 찾을 수 없다. 갤럭시S20 및 갤럭시노트20 시리즈의 공시지원금이 확대되며 잠시 주춤했던 중저가폰 돌풍이 다시금 불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11월 셋째주에도 10위권 내 중저가폰이 5종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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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중저가폰의 약진이 수요 확대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단 것이다. 지난 주 판매량 1~10위에 오른 스마트폰의 판매 비중이 전체 판매량의 41% 수준으로 급감했다.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측이 구체적인 판매량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순위권 내 스마트폰 판매량이 순위권 밖 스마트폰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오프라인 판매대리점의 판매 추이를 살펴보면, 신형 플래그십 모델이 판매 직후 짧게는 2주, 길게는 수주간 10위권 내 대거 포진하는 형태였다. 갤럭시 브랜드는 물론 아이폰의 경우에도 지난 2018년까지 출시 직후 ‘차트’를 싹쓸이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서서히 오프라인 판매 비중이 감소하더니, 올해는 오프라인 순위권에서 자취마저 감췄다. 아이폰12와 프로만 출시 둘째 주까지 이름을 올리더니 이내 10위권 밖으로 사라졌다.
이유는 값비싼 통신 할부금을 갚는 대신 자급제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서다. 쿠팡 등에서 24개월 무이자 할부로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는데 굳이 ‘짠물’ 지원금을 받겠다고 고가의 5G(세대) 통신 요금제를 부담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스마트폰 매장들이 '공짜폰', '반값보상' 등을 홍보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지영 기자] |
실제 아이폰12 시리즈가 출시된 지난달 알뜰폰 가입자수도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전날 발표한 이동전화 번호이동건수 조사에 따르면 11월 전체 번호이동건수 37만2536건 가운데 알뜰폰 이동 건수가 11만4259건. 24% 수준에 달한다. 올해 3월 11%에 불과했지만 갤럭시노트20부터 자급제폰을 찾는 소비자가 늘더니 아이폰12에서 정점을 찍었다. 아이폰12 판매대수 전체 60만대 가운데 10만대가 자급제폰으로 추정될 정도다.
고가의 플래그십 모델이 판매대리점 수요로 이어지지 못하며 판매대리점 업계에선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내년엔 판매 대리점의 30%가 폐업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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