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23rf] |
[사진=123rf] |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직장인 유모(32) 씨는 4년 쓴 스마트폰을 놓고 최근 고민에 빠졌다. 배터리 성능이 떨어져 완충을 해도 2시간을 못 가 꺼지기 일쑤이지만, 배터리를 제외하곤 스마트폰 사용에 별다른 문제점을 느끼지 못해서다. 유 씨는 “벌써 한 차례 배터리를 교체했는데 또 바꾸자니 새로 사는 게 낫겠다 싶으면서도, 쓸데없이 돈을 쓰는 것 같아 계속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스마트폰업계에 ‘환경 보호’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자원 낭비를 줄이겠다며 포장을 간소화하는가 하면, 충전기 및 유선 이어폰을 구성품에서 제외하거나 이를 검토하는 곳이 늘고 있다.
소비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단촐해진 구성에도 가격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수익성’을 높이려는 ‘명분’이 아니냐는 반응과 함께 탈착형 배터리폰 부활 같은 스마트폰을 오래 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스마트폰 관련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40%에도 못 미친다. 그럼에도 새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각종 충전 케이블, 어댑터 등 부속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 기간을 늘리면 폐기물 배출량도 줄어들겠지만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는 길어야 3~4년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는 2년 9개월에 불과하다.
배터리 탈착형 스마트폰인 LG전자 G5 |
특히 ‘배터리 성능 저하’로 인한 교체 비중이 작지 않다. 현재 기술력에서 스마트폰 배터리의 보증 사이클은 1000회 수준이다. 1000회가 넘어가면 배터리 효율이 70~80% 수준으로 낮아져 완충을 해도 금방 닳는다. 하루에 한 번씩 완충을 한다 가정하면 2년9개월27일째에 1000회에 도달한단 얘기다. 공교롭게도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와 일치한다.
이에 보조배터리를 들고 다니는 사용자들도 적지 않지만, 보조배터리는 또 다른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보조배터리 역시 충전 사이클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이 기간이 지나면 정상적인 사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냥 폐기처분하면 화재나 환경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최근 3년간 국내 전지류의 재활용도 20%대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EU 등지에선 탈착형 배터리폰 ‘부활’의 필요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일체형 배터리폰이다. ▷얇은 디자인 및 방수·방진 구현은 물론 ▷추가 배터리 제공 불필요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까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배터리 수명이 약 2년9개월이란 점에서 교체 시기 선순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사진=123rf] |
반면 탈착형 배터리폰은 방수·방진에 취약할 뿐더러, 얇은 디자인 구현이 어렵단 단점이 있다. 하지만 보조배터리를 사용할 필요가 없고, 스마트폰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배터리만 갈아줘도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 모바일기기 수명이 늘어나 전자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최소한 ‘배터리 선택의 자유’라도 줘야 한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U에서는 탈착형 배터리폰 확산의 첫 단추로 최근 ‘2021년 스마트폰, 태블릿 및 노트북에 대한 새로운 수리권 규칙’에 대한 계획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 계획안엔 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자제품 수리권 확대 등 전자기기를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이 담겨있다.
r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