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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직장인 박모(29) 씨는 최근 무심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접속했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SNS 광고창에 갖가지 보드 게임이 추천 제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박 씨는 “부모님께 ‘친구가 루미큐브가 치매 예방에도 좋고 가족끼리 즐기기 좋다고 하더라’는 말만 했을 뿐 별다른 검색조차 하지 않았는데 보드 게임이 광고창에 뜨기 시작했다”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내 음성 데이터까지 수집한다는 걸 알고 좀 무섭고 불편했다”고 말했다.
애플 사용자라면 앞으로 박 씨와 같은 ‘불편한 일’을 겪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이달 8일부터 앱 상에서 이뤄지는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을 사용자에게 고지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속적으로 데이터 사용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 사용자들이 인지하지 못한 데이터 유출 사례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애플은 14일(현지시간) iOS 업데이트를 통해 앱스토어의 사생활 정보 기능을 도입하고 애플의 사생활 관련 웹페이지도 개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앱스토어에 등록된 모든 앱은 업데이트를 하기 전 개인정보 처리 방식에 대해 의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이미 지난 8일부로 애플은 ▷사용자 위치정보 ▷브라우저 방문기록 ▷연락처 등 사용자의 데이터를 개발자들이 어떤 식으로 수집하고 사용하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으면 앱 업데이트를 할 수 없게 했다.
세부적으로 앱 페이지에는 앱이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의 유형과 해당 데이터를 활용한 추적 및 사용자 식별 여부 정보가 포함돼야 한다.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는 ▷사용자 추적 데이터 ▷사용자 식별 데이터 ▷사용자 불특정 데이터로 나뉜다.
이 가운데 사용자 추적 데이터는 타깃 광고나 광고 효과 측정 목적으로 앱에서 수집된 사용자 데이터를 다른 기업의 앱이나 웹사이트 등에 연결시키는 것을 뜻한다. 사용자 데이터를 데이터 브로커에 공유하는 것도 포함된다.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 정보는 iOS, iPadOS, macOS, watchOS, tvOS 등 모든 앱 스토어 플랫폼의 모든 앱에 해당된다.
아울러 개발자 입장에서 앱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할 필요는 없다는 게 애플 측의 입장이다. 단순히 앱이 수집하는 사용자 데이터가 있는지, 추적 및 사용자를 식별하는 데 데이터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투명성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애플의 이러한 결정은 사용자에게 데이터 주권을 넘겨, 데이터 수집 및 활용을 투명하게 만들겠단 의도에서 비롯됐다.
앞서 애플은 지난 6월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에서 올해 말부터 앱스토어 제품 페이지의 개인정보 보호 관행 약관이 보다 간략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표기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모든 앱이 개인정보 접근에 앞서 사용자 동의를 얻도록 하겠다 했다. 이번 업데이트는 WWDC 발표의 후속 조치인 셈이다.
한편 애플은 이와 별개로 내년 초 “앱 추적 투명성(App Tracing Transparency)”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앱에선 이미 적용한 기능으로, 앱이 사용자의 위치 등을 추적할 때 팝업 창을 통해 사용자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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