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지자체發 ‘코로나 사생활 침해’…대책 ‘만무’
창원시 홈페이지 내 ‘확진자 이동동선’ 게시판 모습. [창원시 홈페이지 캡처] |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경남 창원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일반 시민의 사생활 관련 정보를 ‘확진자 동선 게시판’에 여과 없이 노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창원시는 해당 시민이 먹은 음식 종류까지 나열했다. 최근 다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지자체발(發) 사생활 노출 문제가 잇따르고 있지만, 창원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은 아직 제대로 된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21일 창원시 등에 따르면 창원시는 지난 12일 홈페이지 내 ‘확진자 이동동선’ 게시판에 ‘XX김밥 중앙점·5800원 현금 결제자·어묵 4개, 계란 2개’라며 특정 인물이 먹은 음식과 가격 정보를 게재했다. 창원시는 이 정보를 문자메시지로 시민들에게 전체 발송하기도 했다.
해당 게시물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확진자라고 하더라도 그가 먹은 음식까지 전체 공개하는 건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다”며 창원시가 확진자의 사생활 관련 정보를 노출한 것을 비판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당 인물은 확진자는 아니고 접촉자”라며 “인물을 찾지 못해 게시물을 보고 연락해 달라는 뜻에서 음식 종류, 가격 등을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당 게시물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 더욱이 확진자가 아닌 접촉자의 정보를 확진자 이동동선 게시판에 올리게 되면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어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도 나오고 있다. 창원시도 본지 취재 직후 게시판 이름을 ‘접촉자 미파악 동선 안내’로 수정 조치했다.
실제로 온라인 개인 정보 보호 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지난 8월 24∼28일 전국 243개 지자체 홈페이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성별, 연령, 거주지 등을 공개한 사례 349건이 확인됐다.
지난 10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수립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개인 정보 보호 지침의 예시. [한국인터넷진흥원 제공] |
정부 역시 코로나19와 관련한 사생활 노출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있다. 중대본은 지난 10월 확진자의 개인을 특정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접촉자가 파악될 경우 장소명 등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정보 공개 지침을 수립했다.
그럼에도 일부 지자체는 해당 지침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고 있다. 지침을 어기더라도 제대로 된 처벌 등 사후 조치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KISA 관계자는 “코로나19 공포감이 커져 가면서 코로나19 확진자와 그 가족이 떠안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죄인의 낙인까지 받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사생활 관련 정보나 개인 정보를 최소로 노출해 시민을 보호할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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