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5사中 구조 최악
본질경쟁력 회복 없으면
매각해도 또 문제될 수
“병이 피부에 있으면 약(藥)으로, 혈맥에 있으면 침(針)으로 치료하며, 오장육부로 번져도 의술(醫術)이 가능하다. 하지만 병이 골수에 이르면 손쓸 방법이 없다”
사기(史記) 편작열전(扁鵲列傳)의 나오는 ‘병입고황(病入膏)’ 얘기다. 쌍용차가 결국 기업회생절차, 즉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자력으로는 빚을 못 갚겠다는 선언이다. 다만 3개월간 채권단과의 협의기간을 갖기로 했다. 이제 쌍용차에 자금지원을 더 해 살릴 지 말지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 손에 달렸다. 과연 쌍용차는 자금지원만 더 있으면 살아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미 병이 고황에 든 것일까?
쌍용차는 올 3분기까지 누적적자가 3048억원이다. 자본금 7492억원 가운데 6512원이 잠식돼 980억원만 남았다. 이 추세면 연내 완전자본잠식이다. 부채를 줄이고,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문제는 이번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지 여부다.
쌍용차는 1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 3분기(누적) 쌍용차 매출 대비 매출원가율은 98.6%다. 판매관리비율은 16.4%다. 100원 어치를 팔면 15원 손실이 난다는 뜻이다. 한국GM의 지난해 매출원가율 94.2%, 판관비율 9.7%보다 훨씬 높다. 쌍용차의 3분기 가동율은 61%로 같은 기간 기아차의 71.5%대비 10%포인트 이상 낮다. 쌍용차 내수 점유율은 지난해까지 7%를 유지했지만 올 들어 5.2%대로 급감했다. 현대・기아차에서 잇따라 SUV 모델이 출시되면서 타격이 컸다. 수출도 3분기까지 전년대비 28% 줄었다. 만성적인 적자 구조다. 고정비를 줄이려면 매출을 늘리든지, 비용을 줄여야 한다.
매출을 늘리려면 최근 새롭게 내놓은 렉스턴과 내년 출시예정인 전기차가 잇따라 큰 성공을 거둬야 한다. 불확실성의 영역이다. 비용을 줄이려면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갈등이 불가피하다.
쌍용차의 독자생존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상하이자동차에 이어 마힌드라까지 손을 들었고, 협상 중인 미국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가 인수한다고 해도 완성차 업체가 아니어서 획기적인 혁신을 이룰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상하이자동차나 한국GM 처럼 HAAH가 인수한 후에 또 정부와 산은에 손을 벌리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5000여명에 달하는 쌍용차 직원과 4만여명에 달하는 협력업체 종사자들의 고용이 달린 문제여서 과격한 결정을 내리기도 어렵다.
변수 하나는 있다. 평택시 동삭로에 위치한 쌍용차 공장은 26만평에 달한다. 고속도로와 가깝고 인근에 아파트단지가 다수 위치해 있어 토지 가치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쌍용차 재무제표에 반영된 토지자산 가격은 취득가인 4026억원이다. 자산 재평가가 이뤄지면 장부상 상당한 이익이 발생해 재무구조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토지를 담보로 경영을 지속시킬 지, 토지를 처분해 고용피해를 최소화하는 청산을 선택할 지는 정부와 채권단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