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한 영상통화 후 상대방의 신체 부위를 녹화한 뒤 피해자를 협박하는 몸캠 피싱 사례 |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Y씨는 19일 한 채팅어플에서 자신을 필라테스 강사라고 소개한 여성과 대화하게 됐다. 그녀는 이내 Y씨에게 호감을 표했고, 자신의 요가 방송을 보라며 확장자명이 ‘apk’로 된 파일 설치를 권했다. 이후 성적대화를 주고받으며 음란한 영상통화까지 이어갔다. 영상으로 Y씨의 주요부위와 얼굴이 노출되자, 상대방의 태도는 돌변했다. Y씨에게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100만원을 수차례에 걸쳐 요구했다. 더 이상 보낼 돈이 없다고 하자 대포폰을 만드는 데 명의를 팔라며 한 불법 통신업체에 찾아가라고 협박했다.
Y씨가 당한 범죄 유형은 ‘몸캠 피싱’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랜덤채팅 어플 등을 통해 이성을 유혹하며 접근, 악성코드가 숨겨진 어플을 설치하게 한다. 악성코드를 통해 피해자의 전화번호부 등 개인정보를 복사한 뒤, 신체가 노출된 영상을 주변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한다. 돈을 한번 지불해도 끝나지 않는다. 지속해서 요구하며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억대까지 금전을 갈취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외출 환경이 제한되자, 이를 틈타 범죄가 성행해 이용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경찰에 수사를 요청해도, 대부분 중국에 서버를 둔 업체로 제재와 처벌마저 쉽지 않다.
몸캠피싱 유도 사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이들은 카카오톡, 라인 등 메신저로 대화를 유도한 뒤 영상통화를 통해 신체 부위를 녹화한다. 범죄업체는 미리 준비된 영상을 마치 실시간 영상인 듯 보여준다. 피해자에게 “내 화면에선 잘 안보인다” “목소리가 잘 안들린다” 등의 이유로 별도의 파일을 설치하도록 유도한다. 압축된 형태의 zip, rar 파일 등 apk파일이 주로 악성코드를 심는 데 이용된다.
최근에는 apk 확장자명의 파일 형태 이외에 다양한 확장자명의 파일로 배포 되고 있다. 이를 클릭하는 순간 핸드폰 내 전화번호부, 사진 등 주요 정보가 상대방에게 넘어간다.
범죄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면서 피해자도 증가하고 있다. 대검찰청 조사에 따르면 몸캠 피싱 관련 범죄 적발 건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15년 102건에서 지난해 1800여 건으로 5년 만에 약 18배 급증했다. 피해액 역시 2016년 8억7400만원에서 지난해 55억2900만원으로, 3년 만에 약 6.3배 늘었다.
이는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신고접수를 한 기반으로 적발된 수치다. 피해 사실에 수치심을 느끼고 자칫 사회적 관계가 파탄날까 속앓이만 하는 경우가 다수다. 디지털 성범죄 대응업계는 하루 피해자만 500여명, 연간 피해금액은 약 4000억원으로 추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채팅에서 누군가 음란 행위를 유도한다면 몸캠 피싱부터 의심해야 한다”며 “당했다면 경찰에 즉각 신고하고 악성 앱을 제거하는 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또 “금액을 주면 계속 요구하는 게 범죄집단의 패턴인 만큼 섣불리 행동하기보다 전문업체나 경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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