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2조원 예상…내년 6월 매각 기한
-네이버·카카오·쿠팡 유력 인수 주자로 거론
-우버 등 외국계 기업과 사모펀드도 후보군
DH가 요기요 매각 결정을 공식화하면서 향후 요기요 인수 주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요기요 배달 오토바이가 매장 앞에 주차한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국내 배달앱 2위 요기요가 매물로 나왔다. 몸값이 2조원에 달하는 ‘배달 대어’다. 배달의민족과 국내 배달앱 시장 99%를 차지하고 있다. 요기요를 인수하면 단숨에 배달의민족 최대 경쟁자로 부상한다. 매년 50% 성장하는 배달앱 시장에서 알짜 플랫폼을 차지하기 위한 물밑 작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요기요는 당초 배달의민족과 결합해 ‘공룡 배달앱’ 출현을 예고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 막혔다. 공정위는 독일 DH(딜리버리히어로)에 배달의민족 인수 조건으로 요기요 매각을 명령했다. DH는 곧바로 이 조건을 수용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DH와 배달의민족 기업결합 심사는 1년이 걸린 반면, 요기요 매각 결정은 공정위 발표 후 약 5시간 만에 나왔다.
시장의 관심은 누가 요기요를 차지하는가이다. 공정위가 요기요 매각에 부여한 시간은 6개월이다. 내년 6월까지 요기요가 주인을 찾아야 한다. 불가피한 사정 인정 시 최대 6개월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배달 및 증권업계서는 당장 인접한 기업들을 유력 인수자로 점치고 있다.
네이버 분당 사옥에 적힌 로고 [연합] |
우선 네이버는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에 4.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이 DH에 매각되면 네이버의 지분율도 0%가 된다. 이렇게 되면 네이버와 우아한형제들 사이 경업금지계약도 해제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 계약은 네이버가 배달앱 시장에 직접 진출하지 않겠다는 양사 간 약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결합 완료 후 네이버와 우아한형제들 합의에 따라 경업금지가 해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배달앱 시장 진출 동력이 마련되는 셈이다. 실제 공정위도 네이버가 배달앱 유력 신규 진입자로 언급된다고 앞서 밝혔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배달시장에 직접 진출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네이버 간편주문 거래금액이 지난해 기준 배달의민족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배달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 확실한 모멘텀이 필요한 이유다.
카카오 판교 오피스 [연합] |
카카오도 유력 인수자로 거론된다. 카카오는 ‘주문하기’와 ‘채널톡’을 통해 지역 음식점과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 주문하기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에 밀려 1% 점유율 수준으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 모빌리티, 구독경제에 이어 생활밀착형 서비스 라인업 강화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요기요는 플랫폼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분석했다.
당장 배달앱 쿠팡이츠를 운영하는 쿠팡도 유력 주자다. 5조원에 육박하는 누적 적자가 걸림돌이지만, 요기요를 인수할 경우 쿠팡이츠와 더불어 쿠팡은 2위 배달앱 사업자가 된다. 10월 기준 월 사용자수에서 요기요는 쿠팡이츠의 4.5배다. 쿠팡이츠가 전국 단위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지만, 요기요를 인수하면 직접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쿠팡 최대주주 소프트뱅크가 최근 배달앱 도어대시에서 큰 투자 수익을 내 인수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쿠팡 부천 물류센터 [연합] |
일단 3사 모두 요기요 인수 관련 “당장 계획이 있거나 검토 중인 바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요기요의 배달앱 시장 입지를 따지면 인수 후 즉각 사업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밖에 승차공유에서 음식배달 사업으로 주력 중인 우버, 5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중국판 배달의민족 메이퇀, 동남아 수퍼앱 그랩 등 글로벌 기엊들도 인수자로 거론된다. 단기간 큰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외국계 사모펀드도 후보군이다.
killpa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