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이러다 나중엔 배터리랑 디스플레이도 빼고 주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구성품에서 충전기 어댑터를 제외한단 소식이 잇따라 나오면서 소비자들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스타트를 끊은 건 애플이었다. 아이폰12를 출시하며 처음으로 기본 구성품에서 충전용 어댑터와 유선 이어폰을 뺐다. 지난 10여년간 20억개가 넘는 아이폰 충전기 어댑터가 유통된 만큼 스마트폰마다 새 충전기 어댑터를 동봉하는 것이 ‘낭비’라고 본 것이다.
삼성전자도 갤럭시 S21 출시를 앞두고 충전기 어댑터와 번들 이어폰을 빼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지난 10월 공식 SNS에 게재했던 아이폰 12 조롱글도 삭제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공식 페이스북 등에 “당신이 찾고 있는 것을 제공한다. 가장 기본적인 충전기부터 최고의 카메라, 성능, 메모리, 심지어 120Hz 화면까지”라며 애플을 저격한 바 있다.
지난 26일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도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 미(Mi)11에 ‘환경 보호’를 이유로 충전기 어댑터를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하며 빈축을 샀다. 그런데 불과 3일 뒤 샤오미 측이 뜻밖의 발표를 했다. 충전기 어댑터를 동봉한 미11과 동봉하지 않은 미11, 두 가지 버전의 미11을 동일한 가격에 출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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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11의 공식 출시가는 3999위안(한화 약 66만9800원). 기본 구성품 안엔 충전기가 포함돼 있지 않지만, 고객이 원할 시 별도로 포장한 제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에만 적용되는 것인지, 전 세계 시장에 적용되는 것인지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동안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충전기 제외가 논란이 된 이유는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은 제조사들의 ‘일방적인 환경보호 정책’ 때문이었다. 구성품 가짓수가 줄어들었음에도 정작 가격 측면에선 이를 체감하기 어려운 점도 비판의 이유였다. 스마트폰 R&D(연구개발) 비용, 부품 단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가격 정책이라고 제조사가 주장하지만, 소비자 눈에는 3만원 안팎의 충전기가 제외되며 제품 출고가가 올라간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선 샤오미의 이번 결정이 ‘환경보호를 위한 선택권’을 소비자들에게 넘겼단 평가가 나온다. 이에 환경 보호를 위한 ‘진정성’이 느껴졌다는 반응도 뒤따르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은 소비자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피앤지가 자원순환사회연대와 함께 최근 소비자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의 95% 이상이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했다. 이 가운데 82.2%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생활용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체감 가능한 진정성’이다. 설득 없는 일방적 강요는 외려 반발심만 야기한다. 충전기 어댑터 불포함이 제조사들의 원가절감을 위한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제조사들의 보다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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