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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더 기울어진 운동장

“초고속 인터넷 광섬유 비중(81.7%) 1위.”

“모바일 브로드밴드 이용량(24GB/월) 1위.”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156Mbps) 1위.”

OECD(경제개발협력기구)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디지털 경제전망 2020(Digital Economy Outlook)’에서 한국이 거둔 성적이다. 한국은 IT인프라 주요 지표에서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했다.

주요 선진국을 제치고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지만 그리 새로운 결과는 아니다. 2017년 OECD ‘과학·기술·산업 스코어보드’에서도 한국은 통신망에서 회원국 중 최고 점수를 받았다. 한국이 ‘IT강국’이라는 평가를 받는 결정적 근거다. 이는 해외 사업자들에게 한국이 매력적인 시장으로 통하는 이유기도 하다. 인터넷은 모두에게 개방되는 자원인 동시에 한국의 인터넷 품질은 세계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차별적으로 제공할 수 없다는 ‘망중립성’도 원칙으로 세워져 있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한 서비스 중 하나가 유튜브다. 유튜브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앱 분석 서비스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유튜브 총 이용시간은 622억분으로, 카카오톡(265억분)과 네이버(190억분)를 압도했다. LTE(롱텀에볼루션), 5G(세대)로 넘어오면서 유튜브의 독주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미 통신업계서 “한국 통신망 최대 수혜주는 유튜브”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 지 오래다.

유튜브의 배턴을 넘겨 받은 대표 주자는 넷플릭스다. 만 20세 이상 한국인 362만명이 지난해 10월 넷플릭스에서 신용카드, 체크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514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달 역대 최대 수치(336만명·462억원)를 뛰어넘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택환경과 함께 5G 가입자 증가로 넷플릭스는 계속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넷플릭스도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2020년 3분기 유료 가입자 증가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분석했다.

화상회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줌의 상승세도 거침없다. 줌은 2020년 1월 대비 4월 한국의 무료 가입자 수는 92배 증가했고, 10인 이상 규모의 유료고객 수가 8배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줌의 국내 시장장악력은 훨씬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기업들은 물론 정부기관, 학교 등에서도 줌을 대표 화상회의 솔루션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 최대 콘텐츠 제작업체 디즈니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는 올해 국내에 본격 발을 들인다. 전 세계 3억명 사용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음원스트리밍업체 스포티파이도 올해 상반기 국내 시장에 상륙한다.

국감 자료(김상희 부의장)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국내 발생 일평균 트래픽 중 해외 CP(콘텐츠 제공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73%로, 국내 CP(27%)보다 2.7배 높았다. 그런데도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은 국내서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IT강국의 ‘비용’은 국내 사업자만 부담하고 ‘과실’은 해외 사업자로 돌아간다는 한탄이 나온다. 거대 해외 사업자의 국내 진출까지 줄줄이 예고되면서 가뜩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이 올해 더 기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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