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더 버지(The Verge)]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애플이 맥OS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의 이름이 ‘마약’을 연상시킨다며 앱 수정을 요청했다가 철회하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애플의 앱 스토어 정책 위반이 근거였지만 6년 넘게 문제없이 서비스 되어 오던 앱이었던 탓에, 애플의 규정 적용이 일관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3일(현지 시간) 더버지, 엔가젯 등 외신은 애플이 맥OS 전용 앱인 ‘암페타민(Amphetamine)’이 규제 약물 사용을 조장한다며, 앱 이름과 UI 전면 수정을 요청했다가 철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암페타민은 각성제의 일종으로, 국내에서는 마약으로 분리된다. 미국에서는 의사의 처방 하에서만 합법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해당 앱은 애플의 맥PC를 닫거나 오래 사용하지 않아도 ‘절전 모드’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지원한다.
‘암페타민’ 앱 개발자 윌리엄 구스타폰은 트위터를 통해 “애플이 암페타민 앱을 앱 스토어에 존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출처=트위터 @x74353] |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12월 말 해당 앱 개발자에게 “애플 앱 스토어에서 담배, 전자담배, 불법 약물, 알코올 과다 섭취를 조장하는 앱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앱의 이름과 아이콘에 규제 약물, 알약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어 있어 규제 약물의 부적절한 사용을 조장하는 것 같다”고 통보했다. 애플은 앱의 이름과 아이콘 등 전반적인 수정을 요구하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오는 12일 앱 스토어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앱 개발자 윌리엄 구스타폰(William C. Gustafson)이 트위터,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공론화하고 공식 항의에 나서며 해당 조치는 철회됐다. 하지만 외신과 업계는 이번 사건이 ‘앱 시장’ 플랫폼으로서 애플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눈 여겨 보고있다.
IT전문매체 엔가젯은 “애플의 규정 적용이 앱 검토자에 따라 다르게 해석돼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실제 해당 앱은 2014년 처음 서비스된 이후 최근까지 아무 문제없이 사용돼 왔다.
애플 홈페이지에 기재된 앱 ‘암페타민’ 소개 글. 맥PC가 절전 모드에 들어가지 않기를 원한다면 해당 앱을 실행시키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출처=애플US 홈페이지 캡처] |
앱 개발자는 “6년 동안 애플 직원들과 앱 관련해 수 차례 상호 작용을 했지만 단 한 사람도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애플은 공식 홈페이지의 ‘맥 앱 스토어 스토리’를 통해 해당 앱을 소개하기도 했다.
암페타민 앱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앱 ‘코카(Coca)’의 경우 마약류인 코카인을 연상하게 하지만 해당 조치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이밖에 ‘위드 타이쿤(Weed Tycoon)’, ‘드러그 마피아(Drug Mafia)’ 등 대마초 등 약물류 판매를 시뮬레이션 하는 게임들도 버젓이 유통 중이다.
[헤럴드DB] |
애플의 ‘앱 스토어’, 구글의 ‘플레이 스토어’가 앱 시장을 양분하고 독점적 지위를 공고히 하면서 앱 시장 플랫폼과 앱 개발자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개발자 입장에서 사실상 이들 두 IT기업의 앱 플랫폼을 경유하지 않고서는 소비자에게 앱을 제공하거나 홍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해 애플과 구글은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자사 앱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우회하는 결제 방식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당 앱을 퇴출시켰다. 최근 페이스북은 애플이 개인 정보 보호 강화 조치의 일환으로 승인받지 않고 이용자 정보를 추적하는 앱을 퇴출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소기업 광고주들은 60%의 매출 감소를 보이게 될 것”이라며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 등 주요 일간지에 전면 광고를 통해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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