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A씨는 4일 아이폰12 블랙128GB 모델을 73만원에 판매한다는 중고거래 게시물을 접했다. 자급제 가격 116만원보다 무려 43만원 저렴했다. 이내 연락을 취했고, 판매자가 넘겨준 네이버 안전거래 결제창을 통해 송금했다. 하지만 안전거래 결제창은 실제 네이버 화면을 똑같이 베낀 가짜였다. A씨는 “감쪽같은 화면에 의심 없이 입금 했다”며 “경찰에 신고해도 돈을 돌려받기 어렵다고 하더라”며 허탈감을 표했다.
6일 중고거래업계 등에 따르면 ‘가짜 결제 사이트’로 유도해 돈을 뜯어내는 거래사기가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안전결제에 이용되는 네이버결제 화면을 똑같이 베낀 가짜 사이트를 통해 돈을 가로채는 방법이다. 최근 등장한 수법도 아니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은 속출한다. 최근 청와대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피해방지를 위한 청원글도 올라왔다.
가짜 네이버 결제 화면. 실제 네이버 화면과 유사해 구분하기 어렵다. 사기범은 카카오톡 등으로 안전결제 창 URL을 건넨 뒤 이를 통한 송금을 유도한다. |
별도 안심결제창을 통한 중고거래 사기를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 |
‘가짜 결제 사이트’는 중고거래 대표 사이트 중고나라가 도입한 안전거래를 역이용한다. 안전거래는 ‘구매확정’을 눌러야 물건 값이 판매자 계좌에 입금되는 방식이다. 사기범은 안전거래 수단으로 활용되는 네이버 결제창을 가짜로 만든 뒤 이를 통해 결제를 유도한다.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한 사적 대화를 유도한 뒤, 별도의 가짜 안전결제 URL을 건네는 식이다. 네이버 결제창과 유사한 화면에 이용자들도 속아 넘어간다.
이같은 가짜 결제 사이트를 비롯한 사이버 사기는 늘어나고 있다. 사기피해정보공유 사이트 더치트에 따르면 지난해 이용자들이 신고한 사기피해사례는 24만5229건이다. 유형별로는 휴대폰‧주변기기가 12.6%(3만 1007건)를 차지해 가장 사기를 많이 당하는 물품으로 꼽혔다. 실제 더치트에는 갤럭시S20,갤럭시Z폴드2,아이폰12 등 최신 휴대폰 및 에어팟, 갤럭시버즈라이브 등 다수 피해사례가 공유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해 사이버 사기 발생 건수는 13만6074건, 피해액은 834억원이라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가짜 결제창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판매자가 건네는 별도 URL을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고거래 플랫폼을 벗어난 별도의 결제방식은 사기일 확률이 매우 높다는 설명이다.
중고거래 플랫폼도 사기 예방을 위한 시스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중고나라는 지난해 모니터링 부서를 강화했다. 월 500건이던 사기피해 건수도 지난 12월엔 250건 아래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당근마켓도 최근 채팅 메시지 신고 기능을 추가로 도입해 사기의심 등 상대방으로부터 부적절한 메시지를 받을 경우 즉시 신고가 가능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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