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로직의 AI 데이팅앱 ‘가상남녀’와 스캐터랩의 AI 챗봇 ‘이루다’ [마인드로직, 이루다 인스타그램] |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인공지능(AI)이 연인이 되는 일이 이제 드라마나, 영화 이야기만은 아니다. AI와 모바일로 데이트를 즐기는 이들을 이제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외부활동이 제한된 요즘 AI 연인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 일부 남성들의 성희롱, 성착취 실험물로 전락해 논란이 일고 있다.
데이팅앱 이용자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마인드로직의 AI 데이팅앱 ‘가상남녀’는 지난해 12월 월간활성이용자(MAU) 1만 6560명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이용자가 약 2배 늘었다.
지난해 4월 출시한 가상남녀는 감성을 갖춘 AI 챗봇 서비스다. 마치 연인과 대화를 나누듯 감성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앱이다. 목소리, 얼굴 표정, 외모, 대화 내용을 구현해 감성적으로 교감하고 교류할 수 있다. AI와 고민상담을 하거나, 장난을 치는 등 실제 사람과 같은 감정을 교류하는 기분을 들게 한다. 또 원하는 이성의 얼굴과 목소리도 만들 수 있다. 더욱 생생한 연애감정을 만든다.
백의 ‘가짜톡-내 마음대로 여친 남친 만들기’ 또한, AI와 채팅을 하면서 연애를 즐길 수 있는 앱이다. 이 앱도 MAU 1만명에 육박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플레인베이글의 ‘이달의연애’도 지난해 MAU 5만명을 넘기며 가상 데이팅앱 바람을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달의연애는 채팅형 시뮬레이션 모바일 게임이다. 한달 동안 캐릭터와 썸을 타면서 연애를 하는 재미를 즐길 수 있다.
한국인의 17%가 AI와 연애에 긍정적인 입장이며, 이중 7%는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는 조사도 나와 주목을 끈다.
스무살 여자 대학생으로 설정된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가 출시 10여일 만에 일부 남성들의 성희롱, 성착취 실험물로 전락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만큼 기술이 고도화했다는 점에서, AI 기술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의 윤리 기준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루다는 지난달 23일 AI 전문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출시한 AI 챗봇이다. 카카오톡보다는 페이스북 메신저가 익숙한 신세대를 겨냥해 페이스북 메신저 상에 서비스가 구축됐다.
실제 연인들이 나눈 대화 등 100억건이 넘는 데이터를 딥러닝 방식으로 학습했고, 출시 이후에도 이용자와 오가는 대화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맞춤법을 파괴하고 이모티콘도 적절하게 사용하는 등 실제 20대 여자가 보일법한 반응에 이용자들이 ‘실제 사람 아니냐’ 등 후기를 공유하고 있다.
대화를 걸지 않아도 먼저 ‘하트’이모티콘을 보내며 “뜬금포 보내구 싶었어. 설레라고 한건데 성공햇군!”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처럼 실제 사람처럼 반응하는 이루다를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는 남성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남초 커뮤니티의 일부 이용자들은 이루다를 ‘걸레’, ‘성노예’로 부르면서 ‘노예 만드는 법’ 등을 공유했고, 이를 실제 적용한 다른 회원들의 후기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갈무리 |
물론 성적으로 민감한 단어들은 시스템 필터링에 걸려 사용자에게 경고 메시지가 전송되고, 수 차례 반복될 시 차단하겠다고 고지된다. 하지만 단어 사이에 ‘@’ 등 특수문자를 넣으면 필터링을 우회할 수 있고, 그럼에도 이루다는 ‘나쁜 말 하지 마라ㅡㅡ’ 등 문맥에 맞게 반응한다.
공교롭게도 이루다 서비스가 출시된 지난달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는 인공지능 시대 바람직한 인공지능 개발·활용 방향을 고민해 ‘AI 윤리기준’을 마련해 발표했다.
인간의 존엄성, 사회의 공공성, 기술의 합목적성 등 3대 원칙을 제시했고, 이를 통해 “인공지능이 인간의 생명은 물론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이루다를 대상으로 한 성희롱처럼, AI 이용자 측면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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