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 관점서 유입
펀더멘털+미래스토리
부동산보다 성과 높아
증권사 출신의 Y씨는 최근 중학생 아들 앞으로 증권계좌를 하나 열었다. 증여세가 면세 한도인 1000만원을 삼성전자 주식으로 주기 위해서다. 20여년 전 삼성전자 주가는 4000원(액면분할 전 기준 20만원)도 채 하지 않았다. 20년새 22배가 올랐으니 강남아파트에 뒤지지 않는 수익률이다.
최근 증시 상승의 핵심은 초우량 대기업이다. 배경은 개인들인데, 뭉칫돈을 가진 부자들의 증시 참여가 활발한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개인의 순매수 상위를 보면 삼성전자(9조5000억원), 현대차(2조6000억), 네이버(2조원)다. 증시 역사상 최대규모의 매수매도 공방전이 벌어졌던 지난 11일 하루를 보면 삼성전자(8조3792억원), 현대차(3조9192억원), SK하이닉스(1조597억원)의 순이다. 이날 기관과 외국인은 알고리즘 기반의 비차익프로그램으로 매물을 쏟아냈는데 이를 개인이 막아냈다. 소액투자자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액수다. 큰 뭉칫돈이 들어온 것이다.
부자들은 긴 호흡의 투자에 익숙하다. 이들이 강남아파트를 살 때 1, 2년 후 차익 실현하겠다고 덤비지 않는다. 강남의 인프라를 보고 10년, 20년 후를 내다본다.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접근이 그렇다. 코스피 단기급등에 따라 증시가 하락할 것이란 목소리가 크지만 삼성전자 주가가 고평가 됐다거나, 너무 올라 급락할 것이란 전망은 드물다. 현재 삼성전자 주가수익비율은 겨우 14배 수준이다. 코스피 비중 30%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가 폭락 없이 증시 급락이 가능할까? 삼성전자는 바이오, 2차 전지 유망주인 삼성바이오, 삼성SDI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실제 삼성전자만 꾸준히 사 모으는 이들이 적지 않다. 투자자들에 삼성전자는 서울 반포의 래미안아파트 같은 주식이 되고 있다.
최근 급부상하는 종목도 있다. 현대자동차다. 2012년 기록했던 최고가 27만2000원의 기록은 8년만인 올 1월에 닿을 정도로 그동안 주가가 부진했다. 미래 모빌리티 혁신이 진행 중이다. 부동산으로 따지면 언젠가 재건축만 되면 단숨에 강남의 랜드마크가 될 압구정현대아파트를 연상케 한다.
현대차만 따지면 시총 4위로 2위 SK하이닉스의 60%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한 덩어리인 현대모비스, 기아차를 합치면 113조원이 넘는다. 현대차그룹이 담당한 자동차 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삼성 바로 다음으로 봐야한다. 지난 20년간 주가는 13배 올라 삼성전자보다는 낮지만 상당한 성과도 냈다. 현대차그룹 3사 PER는 이제 겨우 10배 남짓이다. 150배와 60대가 넘는 삼성바이오나 셀트리온이 가능한 증시인데, 이제 15배와 10배인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가가 ‘거품’이라 볼 수 있을까? 기다리는 조정은 오지 않는 법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여러 차례 ‘거품 ’ 경고들이 있었지만 적중하지 않았다. 또 과거 수 차례 거품 붕괴가 있었지만 최근으로 올 수록 회복 탄력이 강했다. 지난해 3월의 대폭락 전에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식을 팔지 못했더라도 지금까지 보유 했다면 60%와 100% 넘는 수익이 가능했다. 반포와 압구정아파트의 가치를 믿듯이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긴 호흡으로 접근하는 투자자들의 선택은 적어도 합리적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