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쥔 UN 주재 중국대사 트위터 캡쳐 |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때 아닌 김장…‘김치공정’ 부채질?”
UN주재 중국 외교관이 김장을 권유하는 내용의 트위터를 게재하며 ‘김치 종주국’을 둘러싼 한중 네티즌간 신경전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최근 일부 중국인들과 현지 언론들이 ‘김치의 중국 유래’를 주장하는 상황. 한중 네티즌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입’인 외교관이 이같은 내용의 트위터를 올린 것이 경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장쥔 UN 주재 중국 대사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겨울도 다채롭고 즐겁게 보낼 수 있다. 그 중 한 가지 방법은 집에서 직접 김치를 담그는 일이다. 어렵지 않다. 내 동료들이 굉장히 맛있다 말했다”는 내용의 피드를 게시했다.
중국 외교관이 직접 김장을 권유한 것이다. 이는 지난달 자신의 트위터에 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올린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해리스 대사는 김장 사진과 함께 “(김치) 종주국인 한국에서 생활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소감을 밝혀 한국 네티즌들의 박수를 받은 바 있다.
장쥔 대사의 트위터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네티즌들은 “한국 전통 음식인 김치를 사랑해줘서 고맙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장쥔 대사의 발언이 경솔하단 지적도 나온다. 최근 중국 언론과 유튜버, 네티즌 등을 중심으로 김치의 종주국이 중국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지난해 11월 쓰촨(四川)의 염장채소 음식인 파오차이(泡菜)가 국제표준화기구(ISO) 인가를 받았다면서 김치 종주국인 한국이 굴욕을 당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한국 농림축산식품부가 “파오차이에 관한 국제 표준 제정과 우리나라 김치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설명 자료를 낸 바 있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장쥔 대사가 김치를 언급한 게 부적절하단 것이다.
장쥔 대사의 트위터에 한 중국 네티즌이 김치를 파오차이라 부른다는 댓글을 달자, 한국 네티즌이 한국 문화를 도둑질하지 말라며 반박하고 있다. [장쥔 대사 트위터 캡쳐] |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선 장쥔 대사가 의도적으로 김장을 중국의 일상인 것으로 소개한 것 아니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장쥔 대사는 지난 1984년 중국 외교부(MFA)에 첫 발을 내딛은 뒤 줄곧 MFA와 UN을 오가며 활동해왔다. 최근까지도 주한 중국 대사관 주재원으로 국내에서 생활한 경험이 없다. 현재도 UN 본부에 주재 중이다. 그럼에도 김장을 권유하는 게 어딘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이에 장쥔 대사의 트위터에는 “김치를 도둑질하지 말라”는 댓글까지 달리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까지 가세하며 논란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한국 네티즌들의 “한국 전통 음식을 사랑해줘서 고맙다”는 댓글에 “역사를 제대로 봐라”, “‘파오차이(泡菜)’는 중국 음식”이라며 날 선 반응을 보이며 양국 네티즌간 설전이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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