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4시께, 청와대 청원 페이지에는 ‘알페스’와 ‘제2의 소라넷’ 이용자들을 처벌해달라는 각각의 청원이 19만여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밀리면 안 됩니다, 트위터 계정 무한 생성해 화력지원 합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음지에서 활발하던 ‘알페스’ 문화와 일반인 여성 사진을 두고 성희롱이 만연했던 한 남초(男超) 커뮤니티 비밀게시판을 두고 온라인 성(性) 대결이 이뤄지고 있다.
범죄 소지가 있어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청와대 청원글이 각각 게재됐는데, 보다 많은 수의 동의를 얻기 위해 SNS 계정을 무한 생성하는 방법까지 공유되고 있다.
14일 오후 5시 30분 현재 청와대 청원 페이지에 게재된 ‘미성년 남자 아이돌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알페스 이용자들을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글과 ‘남초 커뮤니티 음지에서 벌어지는 제2의 소라넷 성범죄를 고발합니다’라는 글은 각각 19만8509명, 19만4857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을 경우 사안과 관계된 부처나 기관장, 청와대 수석, 비서관 등 관계자들이 직접 답변해야 한다.
먼저 청원 움직임이 일어난 것은 알페스 건이다. 알페스는 ‘Real Person Slash’를 나타내는 인터넷 은어로, 실존 인물 간 애정 관계를 허구로 상상해 2차 창작물로 만드는 행위를 일컫는다. 대상은 아이돌, 정치인, 운동선수, 배우 등 다양하지만, 통상 보이그룹 팬덤 규모가 크기 때문에 남성 아이돌을 소재로 한 알페스 문화가 더 광범위하다.
문제는 알페스가 실제 인물을 성적 대상화하고, 심지어 강간 등 범죄적 요소까지 섞은 뒤 이를 미화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글이나 그림뿐 아니다. 실제 방송 등에서 발췌한 음성을 사용해 성관계를 맺고 있는 듯한 음원을 만들어 ‘섹테’라는 이름으로 유통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해당 파일은 엄연한 성범죄로, 음성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특정될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트위터에서 공유되는 아이돌 음성 편집 음란 파일. 실제 아이돌 목소리를 합성 및 짜깁기해 성행위를 묘사한 음란물이다. 음성파일 배경에는 목소리 주인으로 추정되는 실제 아이돌 멤버들의 사진이 이용됐다. 위 파일은 조회수 33만4000회를 기록했다.[트위터 캡처] |
알페스 문화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등장한 지 이틀 뒤, 이번에는 일반인 여성들의 사진을 무단으로 공유하고 성희롱을 일삼았다며 처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글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최근 여러 남초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로그인을 하거나 인증해야 들어갈 수 있는 비밀게시판을 만들어 놓고 그곳에서 일반인들의 평범한 SNS 일상사진들을 당사자 동의 없이 퍼 날라 게시하며 노골적으로 성착취를 벌이고 있다”고 적었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자료들은 셀럽부터 시작해 쇼핑몰의 속옷 후기 인증사진, 여중생이나 여고생 등 미성년자들의 노출 사진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청원인은 “공통점은 당사자의 동의를 전혀 받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당사자 허락 없이 노출 사진을 퍼 나르는 과정에서 ‘이 여자가 뭐 하는 여자냐’ 등의 질답이 오가며 무분별한 신상털이까지 자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인스타그램 유명인사 등의 사진을 무단으로 퍼오면 ‘만져보고 싶다’ 등 성희롱 댓글이 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가 됐던 대표적 게시판은 에펨코리아의 ‘수용소 갤러리’로, 현재는 운영진에 의해 폐쇄 조치됐다. 다만 운영진은 “폐쇄는 운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게시판은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고 선을 그었다.
논란이 됐던 남초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의 수용소 갤러리는 현재 폐쇄됐지만, 포탈에만 검색해도 노출이 과한 SNS사진들이 다수 검색된다. [네이버 검색 갈무리] |
알페스와 수용소 갤러리 이슈는 성대결로 비화하는 모습이다. 일부 남성들은 알페스 문화의 문제가, 반대로 일부 여성들은 ‘수용소 갤러리’의 문제가 보다 크게 공론화하길 바라면서 “화력 지원 바란다”는 글을 꾸준히 게재하고 있다.
심지어 한 커뮤니티에는 청원 동의수를 높이기 위해 트위터 계정을 무한 생성하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청와대 청원은 카카오, 네이버, 페이스북, 트위터 등 네 가지 SNS 계정에 로그인해 참여할 수 있는데, 이를 모두 활용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추가 계정을 개설하라는 독려다.
일부 남성은 대부분 여성들이 이용하는 ‘맘카페’에 로그인해 알페스 문제를 공론화하는 과정에 힘을 실어달라고 했다가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해당 글쓴이는 신상이 공개되며 카페에서 탈퇴하고, 이를 일부 여초 커뮤니티 회원들이 비아냥대는 등 해프닝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성범죄 문제가 성대결 양상으로 번지는 것을 곱지 않게 쳐다보는 시선도 많다. 전문가들은 남성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 알페스나 일반인 여성 사진 성희롱 모두 경우나 정도에 따라 법에 저촉될 수 있는 건으로 판단하고 있다. 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 댓글란 등에는 “성범죄는 남녀 구분 없이 처벌 받아야 한다”, “이 이슈로 저 이슈를 덮어야 한다는 성 대결은 본질과 벗어난 듯하다”는 등 반응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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